삼성·SK, 트럼프의 'AI 주도권 확보' 협업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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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앤드류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AI 정상회담에서 연설한 후 AI 인프라 허가와 관련된 행정 명령에 서명한 것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기술 수출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AI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에 한국 대표 기업이 동참하면,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 양국 공조가 한층 공고화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미국 상무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프로그램은 AI 반도체, 서버, 가속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을 하나의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는 게 핵심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행정명령에서 미국의 AI 지배력을 유지·확장하고 적국이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라고 지시하고, 참여하려는 산업계 주도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을 받으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끌겠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에는 한국 같은 오랜 동맹들과 삼성전자 같은 신뢰받는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특히 스택의 하드웨어 층에서 그렇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삼성전자는 엣지 디바이스를 포함한 풀스택 전문성을 갖춰 프로그램 성공에 크게 기여할 독보적인 입지를 갖췄다”며 “이런 동맹 생산 모델은 미국 주도의 기술 스택이 글로벌 수요에 부응하는 데 안정적인 경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상무부가 외국 기업과 다른 나라 참여를 위해 고려하는 '신뢰하는 파트너'(trusted partner)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상무부가 외국기업 선정에서 미국에 오랫동안 투자·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역사가 있는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그 어떤 다른 기업도 동맹국(한국)에서 최첨단 로직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다”면서 “삼성전자는 미국산 AI 스택이 경제 및 국가 안보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하도록 규모를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의견서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을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게 행정부의 정책, 기술, 수출 성장 목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미국 동맹국들의 여러 기업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소재, 소프트웨어, 미국산 AI 스택에 필수적인 기타 제품과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전문성을 보유했다”며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 전반에 걸쳐 동급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또 AI 기술 스택 분야는 여러 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이미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상무부가 동맹국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배타적이고 공식화된 컨소시엄 구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상무부가 외국 기업 참여를 허용하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은 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의 참여가 성사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지원이 우선으로 제공돼 AI 분야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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