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박대준 대표 사임…'개인정보 유출' 리스크 대응 체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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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야기한 쿠팡이 수장을 교체했다. 쿠팡Inc 소속 외국인 법무 총괄을 임시 대표로 선임하고 사태 수습을 모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 국회 청문회, 대규모 배상 소송 등이 연이어 예고된 가운데 법무 중심 비상체제를 구축해 법적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쿠팡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박대준 대표가 사임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2020년 신사업 부문 대표를 맡아 경영 일선에 나선 지 5년 만이다. 그는 지난 5월 강한승 각자 대표가 물러나면서 단독 대표 체제로 쿠팡을 이끌어왔다.

박 대표는 “최근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태 수습의 키는 모회사인 쿠팡Inc가 쥔다. 쿠팡은 사임한 박 대표 후임으로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을 맡고 있는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를 선임했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 외에 외국 국적을 가진 쿠팡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본격적인 법적·규제 리스크 대응 체제를 구축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쿠팡에 배상 책임을 묻는 단체 소송이 국내는 물론 미국까지 번지고 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 기관 조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향후 예고된 단체 소송, 과징금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모기업 법무 총괄을 파견했다는 분석이다.

내주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도 시선이 쏠린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17일 오전 쿠팡 청문회를 연다. 김범석 의장을 비롯해 박대준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등 6명의 쿠팡 관계자가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를 쿠팡 대표로 내려보냈다는 점에서 김 의장이 청문회 불참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쿠팡은 “로저스 신임 임시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고객불안을 해소하고, 대내외적인 위기를 수습하는 한편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미국 쿠팡Inc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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