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인공지능을 비용 절감보다는 수익 창출의 도구로

Photo Image
이경전 경희대 교수

인공지능(AI)을 비용 절감의 도구에서 수익 창출을 가속하는 엔진으로 재정의하는 것은 조직의 심리를 완전히 바꾼다. AI를 비용을 베어내는 칼로 도입할 때 조직 내에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저항, 침체가 자라난다. 반면, 운영상의 고통을 제거하고 새로운 수요가 피어오르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AI를 활용하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원이 된다.

지난 35년동안 필자가 직접 연구 개발에 참여한 AI시스템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은 일관된 패턴을 증명하고 있다. 성공적이었던 AI 애플리케이션들은 수익과 직결되는 경로 상의 마찰을 제거함으로써 기업의 매출을 창출하고 지속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Photo Image
현대건설 공정관리 시스템. AI 시스템이 아파트 공정 계획표를 자동으로 생성한 모습. [사진=이경전 교수 제공]

◇고통을 덜어내고 마찰을 제거하여 경쟁력을 제고

먼저 1991~1995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공간 일정 계획 시스템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조선업은 거대한 부품들을 제한된 물리적 공간 내에서 제작·이동·조립해야 하며, 작은 차질이라도 발생하면 수천명의 작업자와 수백만달러의 철강이 묶인 일정을 전면적으로 재계산해야 한다. 초기에, 옥포조선소 직원들은 AI를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두려워했다. 그러나 곧 자신들을 도와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됐다. 시간 압박 속에서 인간 계획담당자들의 몫이었던 인지 노동을 AI가 기꺼이 흡수해줬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선업에서 결정적인 경쟁 우위는 신뢰할 수 있고 빠른 인도 약속에 있다. 선주가 조선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 하나는 '선박이 언제 완성될 수 있는가'인데, AI시스템은 조선소가 입찰 과정에서 고객에게 확실한 약속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생산 계획 업무를 수익 획득의 엔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동일한 논리가 1995~1997년 현대건설에서도 재현됐다. 아파트 건설 계약에 입찰하려면 프로젝트 관리 기법인 프로그램 평가 및 검토 기법(PERT)과 임계 경로 방법(CPM)에 기반한 복잡한 일정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를 짜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경험을 담당자가 꼬박 일주일 가까운 강도 높은 노동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러한 업무 부담은 조직내에 기형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낳았다. 입찰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기에, 신규 프로젝트 기회를 발견한 관리자들조차 입찰이 가져올 업무량을 피하고자 상부에 보고하는 것을 연기하곤 했던 것이다. 현대건설이 KAIST와 같이 개발한 AI시스템은 고된 작업을 단 한 시간으로 압축했고, 담당자의 암묵적 지식을 명시적이고 재사용 가능한 규칙으로 코드화했다. 이렇게 업무의 고통을 제거함으로써, 대우와 현대는 조직 역량을 크게 확장했다.

Photo Image
경희대와 프론텍이 공동개발한 콘볼루션 신경망을 탑재한 비전검사기.

◇기존 수익의 보호와 새로운 시장의 창출

이러한 패턴은 오늘날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하루 10만개 이상의 자동차 용접 너트를 생산하는 프론텍은 고객이 엄격한 품질 기준을 요구하면서 매출 지속의 위협에 직면했다. 육안 검사 과정은 심각한 병목 현상을 초래했다. 이에 경희대와 함께 합성곱 신경망(CNN) 기반 품질검사 시스템을 개발해 기업의 계약 자체를 위협하는 품질 검사 병목의 고통을 덜어냈고, 중요한 고객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23년 IBK기업은행은 매일 2~3개의 복잡하고 새로운 정책 자금이 정부로부터 나오고 있었고, 이는 지점 창구 직원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다. 은행은 경희대와 함께 검색증강생성(RAG) 기술로 구축된 AI 어시스턴트를 개발했다. 창구 직원은 실시간으로 규정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본사 직원들은 지점으로부터 걸려오는 빗발치는 전화 업무에서 해방됐다. 이 아키텍처는 이후 한국 소매 금융의 실질적인 표준이 됐다.

앞선 사례들이 기존의 수익을 보호하고 원활하게 하는 것이라면, 더 큰 도약은 지능화에 따른 기존 비용의 붕괴가 과거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블루오션 시장을 열어젖힐 때 일어난다.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현실화하는 순간이다.

흥미로운 사례는 2025년 조선일보와 업스테이지의 협력이다. 그동안 언어의 장벽은 한국 언론을 국내에 가두었다. 2025년 9월 조선일보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매일 700건이 넘는 기사 전체를 영어로 번역하며 '조선 데일리'를 출범시켰다. 동아시아 보도에서 뉴욕타임스를 넘어서겠다는 야심 찬 영토 확장 계획이었다. 번역 병목을 제거함으로써 억눌려 있던 국제적 수요를 열었고, 글로벌 구독, 광고 등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의 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이 움직임은 새로운 고용의 기회를 열고 있다. 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의 번역이 시작된다면, 자동화된 출력물을 감독하고 다듬기 위해 여러 언어 전문가들을 채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사 SBS 역시 AI를 활용해 자사의 엔터테인먼트 라이브러리에 인도네시아어 자막을 입혀 과거에는 제작비 문제로 도달할 수 없었던 동남아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방송사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경희대와 함께 AI 네이티브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Photo Image
AI 생성 이미지.

◇AI 도입의 성공은 질문 방식에 달려있다

위에서 소개한 이니셔티브 중 인간의 가치를 축소하기 위해 출발한 것은 단 하나도 없고, 오직 인간의 고통과 한계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일주일짜리 병목을 한 시간으로 압축하든, 품질의 방어선을 굳건히 하든, 글로벌 시장의 문을 열든 그 교훈은 일관된다. AI가 프로세스의 고통을 제거할 때 조직은 AI를 중심으로 결속할 수 있으며, 이는 구성원의 불안과 공포를 자발적 참여로 전환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례들은 공간 일정계획, 제약 기반 계획 수립, CNN, LLM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네 세대의 기술을 포괄한다. 이 모든 사례에서 조직은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경로 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마찰 지점을 찾아냈고, “이 마찰이 제거된다면 무엇이 가능해질까?”를 먼저 물었다. 기술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선택되었을 뿐이다.

자동화에 갇힌 사고는 “가용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을 대체할 수 있는가”를 묻지만, 수익 중심 사고는 “어떤 특정한 제약이 풀렸을 때 우리 비즈니스에 잠재된 가치가 폭발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 대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AI 전략과 거버넌스, 나아가 AI가 세상에 플러스의 가치를 선사하는 이른바 'AI 플러스 이코노미'의 출발점이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한국AI서비스학회 회장 klee@khu.ac.kr

〈필자〉KAIST에서 경영과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와 MIT, UC버클리에서 연구했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가 수여하는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AI 매거진(Magazine) 등 국제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이며 빅데이터 연구센터 소장, 한국AI서비스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