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고 이후 정부가 전국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산실 총점검령'에 나섰다. 특히 화재의 '발화점'으로 유력하게 지목되는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 등 전원 설비를 대상으로 한 긴급 특별 점검이 일제히 이뤄지고 있다.
17일 정부와 IT서비스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과 지자체 등에 전산실 현황 파악과 화재 대응 방안 수립을 하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자원 화재의 핵심 원인으로 UPS와 배터리실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산실이 구축된 지 10년이 넘은 노후 시설이거나 전문 설비가 부족한 중소 규모의 'ICT실' 또는 '전산기계실'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화재 위험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이들 시설은 이번 국정자원 사태와 같은 전문적인 방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점검 결과에 따라서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시설이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장 움직임은 분주하다. 국내 최대 공공기관 가운데 한 곳인 한국전력공사는 이미 ICT실 전원설비 긴급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결과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 다른 대표 공공기관 등도 마찬가지다.
일부 공공과 지자체에선 'UPS 점검표'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노후 항온항습기 교체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전방위 점검과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온항습기는 배터리실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열 폭주'를 막고, 화재 시 내부 열기를 낮추는 핵심 장비다.

다만 현장에선 이번 긴급 점검이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점검표(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확인하는 수준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대응을 위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고도화, 전용 소화 설비, 배터리실과 서버실의 내화 격벽 분리 등이 핵심인데, 다수 노후 전산실은 이런 최신 방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긴급 특별 점검 결과가 노후 설비 교체 등 즉각적인 대응책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조치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정보화 담당자는 “특별 점검에서 당장 교체가 시급한 노후 배터리가 발견된다 해도, 수억 원에 달하는 교체 예산을 당장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는 안전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전원설비 등 전산실 내) 기본 시설을 교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개별) 단체 예산으로 하게 돼 있다”면서도 “기준에 따라 조치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교체에)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공공·지자체 등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