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드디어 두번째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 기록을 확보했다. 첫번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에 이어 16년이나 걸린 다소 긴 여정이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당당히 복수 원전 수출국 지위를 갖게 됐다. 그간 우리 내정에 휘둘리며, 탈원전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기술저력 만큼은 어디에 뺏기지 않고 오늘의 기록을 쓰게 됐다.
체코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어 두코바니 원전 복합설비에 신규 5·6호기를 짓는 사업을 우리나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맡기기로 의결했다. 총 사업비가 26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오는 7일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한국 원전으로선, 유럽지역에 첫 수출되는 셈이다.
진즉에 본계약을 맺었어야 했지만, 지난해 연말까지 수주경쟁을 벌였던 웨스팅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우리 원전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으며 한때 삐걱대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관련 참여 민간기업까지 팀코리아 정신으로 똘똘 뭉쳐 난관을 뚫었다.
탈원전 기조와 2호 수출 지연에 따라 원전 전문인력들의 은퇴, 관련 학과 퇴조 등 우려는 끝간데 없이 커졌다. 무엇보다 우리 독자기술로 확보한 ARP-1400 계열 설계·구축·운영·관리 기술은 결국 가까운 미래에 대가 끊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대두됐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체코 수출은 그간의 우리 내부 정책 혼선, 미래 인력 걱정, 저탄소 에너지 자립 기반을 향한 험로 등의 문제를 일거에 불식시키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최근 스페인 대정전 등 전력 위기를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K-원전 세일즈가 안방과 다름없는 곳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잇점을 확보한 것이 고무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등 반 러시아 정서가 강한 유럽 역내 원전 프로젝트에서 한국 원전은 프랑스라는 유일 카드 외에 선택지로서 부각될 수 있다. 이번 본계약 이후 설계·착공 등 절차를 성공적으로 전개한다면 체코 내 또 다른 발전단지인 테멜린 원전 3·4호기 건설 계획까지 추가 확보 자격까지 얻는 등 확장성은 충분하다.
지난달 미국 미주리대 연구용 차세대 원자로 설계 공급에 이어, 이번 체코 본계약까지 K-원전 수출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 공통적인 불황과 무역 축소 같은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에너지분야 만큼은 우리 기술 수출 여지가 크고 넓다. 한국 원전 수출 지속을 위한 팀코리아 정신은 계속돼야 한다.
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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