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삼성전자 1분기 메모리 실적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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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2나노급 LPDDR5X D램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은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약 1조900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에는 못 미쳤으나 증권가 예상치(-4000억~6000억원)를 상회했다.

통상 1분기는 반도체 사업의 계절 비수기로 연간 실적 저점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DS부문이 시스템반도체 부진으로 인해 4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이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예상 대비 선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오름세에도 업체들이 보수적 공급 기조를 유지하면서 고객사의 재고 축적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주요 고객사의 재고 확보 노력에 힘입어 단기간 출하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S25' 시리즈 판매 호조와 중국 이구환신 보조금 정책에 따른 현지 D램·낸드 수요 상승이 반영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반도체 관세 예고에 고객사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축적 움직임도 단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엑시노스 2500'이 갤럭시S25 시리즈 전 모델에 탑재가 불발돼 실적에 기여하지 못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은 지난 1월 시행된 미국 수출 규제로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은 작년 말까지 HBM2 이상 제품의 선제적 재고 비축에 나섰으나 올해부터 직수출 규제 대상이 됐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원가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 노력이 실적 선방에 기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반기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의 3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9.61% 상승한 2.51달러를 기록했다. 고성능 PC와 서버 등에 사용되는 DDR5(16Gb 2Gx8)도 전월 대비 11.84% 오른 4.25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한 사업 불확실성이 2분기 반도체 실적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를 상호 관세 예외 품목으로 지정했으나 추후 개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전체가 개별 관세 영향권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중국에서 D램, 낸드, 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한다. 미국 내 팹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용도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 비중은 아직 낮다.

삼성전자가 최종 가격에 관세를 전가하지 않는다면 영업이익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제품 가격에 관세 인상분을 반영하면 수요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반도체 팹 건설 비용은 한국과 일본 대비 2배, 대만 대비 3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관세를 감수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지만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은 기업 실적 하락과 투자 축소 등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HBM 공백도 메워야 한다.

삼성전자 HBM 사업은 경쟁사 대비 중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미국 기업이자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의 품질 평가는 지연됐다.

2분기가 삼성 HBM의 중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성능을 개선한 HBM으로 엔비디아 평가를 거치고 있다. 순조롭게 평가를 통과하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6월부터 HBM3E 12단 납품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 사업부도 2나노미터(㎚) 공정노드의 연내 양산 가동을 목표하고 있다. 기술 완성도를 높여 외부 고객사를 유치해 적자 폭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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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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