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접거나 키우거나…'캐즘 직격탄' 전기차 충전시장 재편

■ 충전서비스 산업 지형 변화
SKB·한화솔루션 등 사업 매각
SK일렉링크·휴맥스 적자 지속
LG U⁺, 카카오와 합작사 설립
대성산업도 충전 인프라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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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이 재편에 들어갔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충전기, 충전서비스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연이어 뛰어든 대기업들이 시황 악화에 하나둘 발을 빼면서다. 반면 일부 기업은 신규 시장 진입과 사업 확대를 도모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첫 스타트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가 끊었다. 자회사 홈앤서비스가 충전기 1만4000여기를 GS차지비에 매각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충전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으나 시장 경쟁이 가열되자 전략적으로 매각을 택했다. 완속 1위 사업자인 GS차지비는 이를 인수해 2위와 격차를 확고히 벌렸다.

올해 들어서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전기차 충전기 1만6000여기를 플러그링크에 매각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플러그링크는 1만5000여기를 보유한 사업자로 이를 인수해 GS차지비, 에버원, 파워큐브에 이은 완속 4위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충전기 제조업체 중에선 첫 사업 철수 사례다. 2018년 전기차 충전 솔루션 선행 개발을 시작한 데 이어 2022년 애플망고(현 하이비차저)를 인수하며 사업을 본격화했으나 시장 진출 3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LG전자는 매각을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3년간 410억원을 투자한 제조법인 하이비차저는 청산하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 시장 재편의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캐즘' 때문이다. 전기차는 친환경 미래차로 각광을 받으면서 초고속 성장했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 정체에 부딪혔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소비가 줄고,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도 친환경 정책을 숨 고르기 하면서 '전기차 수요 감소→충전기 시장 침체'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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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편은 더 심도 깊게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속된 적자로 기업 생존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SK네트웍스 자회사 SK일렉링크(옛 에스에스차저)도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과 맞물려 잠재적 매물로 꾸준히 언급되는 회사 중 하나다. 지난해 1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2022년 말 인수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휴맥스그룹은 2020년 휴맥스이브이를 설립하고 이듬해 충전기 개발업체 피에스엔을 흡수합병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기준 216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SK가 2021년 인수한 SK시그넷(옛 시그넷이브이)은 지난해 2428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고, 최근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기로 했다. 롯데이노베이트가 2021년 초 인수한 이브이시스(옛 중앙제어)도 지난해 133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반면에 시장의 변화를 기회로 노려 영향력을 키우려는 곳도 있다.

대성산업은 신사업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낙점했다. 정부 보조금 사업 참여 조건 충족을 위해 기존 기업으로부터 충전 인프라를 일부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GS칼텍스 최대 일반 대리점인 회사 특성상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LG유플러스도 작년 초 LG헬로비전의 사업을 이관받은 뒤 같은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와 합작사 'LG유플러스 볼트업'을 설립하고 완속 충전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을 높이려면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필요하나 대기업은 추가 투자보다 매각을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신사업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뿐 아니라 M&A로 덩치를 키워 매각하려는 업체도 있어 시장이 단계적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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