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쇼핑이 영국 '오카도' 솔루션을 기반으로 새단장한 '롯데마트 제타'(제타)가 베일을 벗었다. 12년 만에 유통군 경영 일선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 회장이 'e-그로서리'를 앞세워 반등을 이끌지 주목된다.
롯데쇼핑은 1일 자정을 기해 제타를 정식 오픈했다. 지난 2022년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총 1조원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이후 2년 여 만에 공개된 첫 결과다.
제타는 기존 '롯데마트몰' 앱에 오카도 유통 솔루션 'OSP'를 내재화한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이다. OSP는 로봇·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수요 예측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기존 롯데마트 상품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에 오카도 만의 차별화 요소를 더했다. 구체적으로 △배송시간 우선 예약 △가격이 보이는 장바구니 △AI 스마트 카트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4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을 적용하고 장바구니·종이백 등 배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은 기존과 같다.
특히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경험(UI·UX)과 기능 중심의 간결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기능 측면에서는 쿠팡·컬리·SSG닷컴 등 기존 장보기 플랫폼과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타는 그간 부진했던 e커머스 시장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신동빈 회장 의지가 담겨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0년 출범한 e커머스 '롯데온'이 부진하며 아직까지 존재감이 미미하다. 약 3조원을 투자한 롯데온은 지난해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군살 빼기에 한창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 회장은 오카도 시스템 적용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지난 2022년 당시 파트너십 계약을 직접 진두지휘했고 지난 2023년 부산 오카도 고객풀필먼트센터(CFC) 기공식에도 참석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가 유통 사업 일선에 등판한 배경도 e-그로서리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롯데쇼핑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5년 만에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12년 만에 대표로 선임됐다.
롯데 유통군은 올해 e커머스 시장을 롯데온과 롯데마트로 이원화해 공략할 계획이다. 롯데온은 명품·패션·뷰티 등 버티컬 서비스와 계열사 시너지 창출, 롯데마트는 e-그로서리 사업 확장에 총력을 쏟는다.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와 인프라를 살려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롯데마트는 오는 2032년까지 전국 6개 CFC를 배치해 오카도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첫 번째인 부산 CFC는 내년 1분기 오픈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에서 축적한 그로서리 강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내년 1분기 물류센터까지 완공돼 완전한 오카도 시스템이 가동되면 성장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