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자가 '내고 받는 돈'을 조정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세번째 개혁이자,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다만 재정 안정화 조치와 기초·퇴직·개인연금 등 구조개혁 문제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기로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본회의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가진 회동에서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후 여야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순차적으로 의결하고, 곧바로 본회의에 올려 처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 통과 직후 “국민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였다며 “특히 시행 후 처음으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에 합의했다. 연금의 지속가능성과 함께 세대간 형평성을 높이고, 노인빈곤 해소와 노후소득 보장 취지를 강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최종적으로 소득 대비 내는 돈의 비율인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p)씩 8년간 오르게 된다.
연금으로 받는 돈의 비율인 '소득대체율'은 기존 40%에서 43%로 올렸다. 소득대체율 역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오르게 될 예정이다.
군 복무와 출산 크레딧 확대를 놓고는 여야간 막판 이견이 있었으나 이날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군 복무에 대한 크레딧은 현행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6개월 추가 가입기간 산입'에서 '최대 12개월'로 늘어난다.
출산 크레딧의 경우 현행 '둘째 아이부터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 산입'에서 첫째아의 경우에도 12개월의 추가 가입 기간을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한 50개월도 폐지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도 포함됐다. 현행 '지역가입자가 납부 재개 시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50% 지원'에서 '지원 대상을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확대' 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의 건도 통과시켰다. 특위는 올해 연말까지 합의안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특위 위원 정수를 13인으로 하고 민주당 6인, 국민의힘 6인, 비교섭단체 1인으로 했다.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 활동 기간은 구성일로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로 하되 필요한 경우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연금개혁특위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구조개혁 합의 과정은 모수개혁 논의보다 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연금 제도의 근본적인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작업이라 논의 자체가 광범위한데다 인구나 경제 상황 등을 연계한 '자동조정정치' 도입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의 이견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복지위 관계자는 “여야가 10년만에 연금개혁에 한발짝 진전을 이룬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특히 특위에 지원하려는 의원들이 많아진 점을 미뤄보아 구조개혁 논의 과정도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요구안'도 처리됐다. 재석 265인 중 찬성 179인, 반대 85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됐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