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총 4000억 급증
의정갈등에 수요 부진 영향
중증 치료제 판매 큰 타격
생산량 조절·신약개발 초점
국내 상위 5개 제약사(매출 기준)의 지난해 재고자산이 2조원을 넘어섰다. 해외 진출 등 전략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의정갈등에 따른 수요 부진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업체별로는 녹십자가 전년 대비 44.6%나 늘어난 7465억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해 빅5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어 종근당과 유한양행이 각각 3538억원, 3431억원의 재고자산을 보유했다. 이들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35.8%, 20.5% 늘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재고자산이 3009억원, 2563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4.1%, 6.1% 늘며 비교적 상승폭이 적었다.
빅5 제약사 재고자산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1000억원 안팎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전년 대비 4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60.5%나 늘었다.
재고자산 급증은 사업적인 요인과 함께 대외 악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고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녹십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미국 시장에 진출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공급을 위한 일시적인 재고 확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 출시에 따라 전략적으로 재고를 확보했다”면서 “이는 악성재고가 아닌 상품 확보 차원인 만큼 빠른 시일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판단에 따른 재고확보도 일부 작용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시장 위축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최대 고객이던 상급종합병원 진료와 수술이 평시 대비 절반 가까이 줄면서 의약품 구매도 함께 감소했다. 특히 빅5 제약사가 주력으로 하는 항암제 등 중증·난치성 질환 치료제 판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재고 증가와 함께 수익성까지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빅5 제약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합은 5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나 하락했다.
올해 의정갈등 해소가 재고 관리에 열쇠를 쥐고 있는 가운데 이와 별개로 업계는 생산량 조절 등 재고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지난해 상위 제약사들은 의정갈등 여파로 수익성이 높은 항암제 등 중증질환 치료제 판매가 예년보다 하락했을 것”이라며 “이는 재고자산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는데, 올해는 재고관리 강화와 함께 정부 보건의료산업 중장기 계획에 따라 신약개발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