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지름 46㎜)'로 미국에서 수조원대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2028년 매출 목표를 60조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20일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며칠 전 애리조나 법인에서 주요 고객과 다년간 연 1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46시리즈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에 합의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깜짝 발표했다.
김 사장은 “고객사 이름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가장 큰 의미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를 많이 써왔던 업체가 아니라 레거시 업체(전통 완성차 제조사)에서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계약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배터리 평균 가격이 1킬로와트시(kWh)당 100달러 내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총 계약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46시리즈는 지름이 46㎜인 원통형 배터리다. 높이에 따라 4680, 4695, 46120 등으로 나뉜다. 기존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고 공간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4680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와 50GWh 규모 납품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도 67GWh 규모 4695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46시리즈 공급 확대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처음으로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김 사장은 사업 전략과 비전을 직접 발표를 하며 “2028년에는 2023년의 2배에 이르는 매출을 이뤄내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를 제외하고도 EBITDA(법인세·이자·감각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율을 10% 중반대로 개선시키겠다”고 밝혔다. 2023년 매출이 33조745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28년 매출액을 66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 상용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도 “개발을 앞당기는 노력을 열심히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다른 회사와 달리 전고체 개발을 늦게 시작한 것은 맞다”면서 “양산하려면 디자인 기술보다 양산 기술이 중요한 만큼 양산 기술 개발을 병행해 실질적인 선두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SDI가 2조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반응이 엇갈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관련 투자자 질문에 “회사채 발행이나 일반적인 자금 조달 방법을 택하고 있고 기존 계획과 큰 변동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날 주총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사 보수한도를 80억원에서 60억원으로 감액하고, 기타비상무이사에 권봉석 LG 부회장, 사내이사에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재선임하는 등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