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GPT-4 수준의 모델을 발표하며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성과를 넘어, AI 산업의 주도권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국회, 정부, 학계, 산업계 등에서,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각종 세미나와 정책 토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핵심은 인프라 및 인재 유치 자금이다. 중국 정부는 AI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GPU,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지원과 인재 유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딥마인드의 핵심 연구원 3명을 영입했고, 구글 역시 지난해 9월 퇴사했던 '천재' 직원을 재고용하기 위해 27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의 뤄푸리는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으로부터 1000만위안(약 20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안받았다는 소식이 있기도 했다.
혁신적인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인재 유치가 핵심인데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의 인건비 지원은 여러 제약사항이 있어 인재 유치에 활용하기는 적합하지 않다. 물론 정부 지원이 인건비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1인당 인건비 지원 기준이 실력보다 학위와 경력 기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수 인재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
AI 스타트업의 연구개발 비용 중 상당 부분은 GPU, 서버,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 연산 자원 확보에 사용된다. 하지만 글로벌 AI 기업들이 수만 개의 고성능 GPU를 단위로 구매해 AI 모델을 학습하는 것과 달리, 국내 스타트업들은 소량의 GPU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AI 기반 정책 분석과 빅데이터 역량 강화를 위해 고성능 연산 자원이 필수적이지만, 기존 정부 지원으로 이를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한정된 자원 내에서 R&D를 이어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R&D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 AI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 R&D 인건비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스타트업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조성돼야 한다. 현재 정부 지원금 신청에는 수십장의 사업 계획서와 R&D 세부 계획서를 한글파일로 제출해야 한다.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서류 제출의 부담이 상당해 지원금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많은 심사위원이 실제로 기술을 활용해본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상당 부분의 정부 지원이 연구개발 인프라보다 창업 공간 건축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정부가 마련한 공간에 입주하는 것보다, 각자의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장소에서 창업하고 임차료 지원을 받는 것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 임차료 지원 대신 인건비나 컴퓨팅 인프라 확충에 R&D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 방식을 조정하는 것도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결국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R&D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다. GPU 및 서버 지원 확대, 연구개발 지원금 사용 규제 완화, 그리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 간소화가 함께 추진될 때, 한국에서도 '딥시크'와 같은 혁신적인 AI 기업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은 코딧 대표 june@thecod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