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 규제에 입지 위축 상황서도 이용자 보호·산업발전 노력 꾸준
유튜브 가짜뉴스 전파 핵심통로 됐지만 알고리즘 대응 조치 전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거센 추격, 역차별 지속땐 플랫폼 주권 위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플랫폼 사업 분야별 점유율 현황 정치권의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포털 때리기에 글로벌 빅테크가 웃고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은 선거철을 앞두고 또 다시 등장한 정치권의 '군기잡기'에 움츠려드는 반면, 국내 규제는 교묘히 회피하고 인공지능(AI)을 앞세운 해외 빅테크는 연일 덩치를 불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플랫폼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토종 포털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진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털 때리기 6년, 글로벌 기업에 안방 내줬다
2017년 야당 국회의원들이 네이버를 항의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를 네이버가 조작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내려갔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국회의원들의 네이버 항의 방문은 연례 행사가 됐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으로, 2020년에는 뉴스 알고리즘 조작 의혹으로 4년간 방문이 이어졌다. 2021년부터는 카카오 때리기가 시작됐다. 그해 국정감사에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과방위, 정무위, 산자위 등 3개 위원회에 증인으로 채택되며 기업 총수 중에는 유례 없는 출석률을 기록했다.
정치권은 올해 역시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창구로 포털을 지목하며 전방위로 압박했다. 정치권의 반발로 네이버, 카카오가 만든 민간 기구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잠정 중단됐다. 정부는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한 실태조사도 벌였다.
이런 와중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글·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에게 매서운 추격을 당하며 국내에서 굳건하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내우외환에 시름이 깊다.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카카오톡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4155만8838명으로 2위를 차지한 유튜브(4115만7718명)와 차이가 40만1120명으로 좁혀졌다. 5월 집계한 격차 50만명에서 2개월만에 40만명 대로 가파르게 좁혀졌다.
20년간 검색 포털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네이버도 구글의 추격에 안전하지 않다. 지난 5월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34.8%로 2023년 한 해 만 무려 5%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네이버와의 검색 점유율 격차는 20% 정도로 가까워졌다.
어느 산업보다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한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규제 압박과 플랫폼 때리기에 맷집이 커지기는 커녕, 매 해 이어지는 국정감사와 청문회, 토론회, 각종 규제에 대응하느라 어느 국가의 빅테크들보다 더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정부가 도맡아야 할 안전 시스템을 대신해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한국인 일상에 해외 빅테크 파고 들었지만, 허위정보 규제 없어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토종 포털 장벽이 허물어지는 6년 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은 한국 시장에서 매섭게 성장했다. 단순 시장 점유율 뿐만이 아니라 한국 이용자의 일상 속에 고스란히 파고 들며, 포털과 모바일 서비스 이용 행태를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뉴스'다. 정보의 생성과 소비는 이제 포털이나 메신저가 아닌 유튜브라는 단일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허위정보 우려 상승 및 유튜브 뉴스 이용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는 한국인 응답자가 전체 응답의 53%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뉴스를 유튜브로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언론사도 이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7월 기준 언론사 51곳에서는 136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구독자 10만명 이상을 확보한 실버버튼 채널은 32개, 구독자 100만명을 보유한 골드버튼 언론사는 1개사로 나타났다. 뉴스의 소비 창구가 이동되고 있음에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유튜브를 언론중재법에 의해 규제하는 목소리도 없다.
더 큰 문제는 허위정보에 대한 규제다. 정부와 정치권에게 오랜 기간 동안 쓴소리를 들은 국내 IT기업들은 팩트체크 코너를 신설하거나,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과 검증을 받는 알고리즘 위원회 등을 운영하며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자구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정보 확산의 가장 큰 유통 경로가 되고 있는 유튜브에는 속수무책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우리나라 유튜브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유튜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약 98.1% 정도가 유튜버의 '가짜뉴스 전파'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는 가짜뉴스 제한 근거를 마련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가입하는 최소한의 조치마저 외면하고 있다.
◇선거철 되풀이되는 포털 때리기, 이제 멈추고 진흥해야
국내 플랫폼은 자율규제를 추진하고, 규제 기관과의 협력 등을 통해 이용자보호 및 산업발전을 위한 노력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 역차별적 규제환경이 지속된다면 산업발전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이용자 후생도 감소할 우려가 크다.
자국 플랫폼이 없는 유럽을 제외하고 미국과 중국은 자국 플랫폼 보호에 앞장서는 추세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토종 플랫폼 기업에 엄격했다. 구글과 애플, 메타, 넷플릭스 등은 그동안 망사용료,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조세회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의 포털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앞세워 국내 검색시장 공략을 강화함에 따라 그동안 검색 1위 자리를 지켜온 네이버의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뉴스 공정성과 독과점 등이 중요한 문제지만 정부나 여당에서 제기하는 정치적 시각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산업 경쟁력이나 혁신이 훼손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관점으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서비스를 차별해야 할 당위성은 없지만, 국내 포털 기업이 가지는 경제사회적 편익과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순 없다”라며 “지금 같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 상황은 플랫폼 신시장 창출이나 혁신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지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