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사법리스크 해소 JY, 컨트롤타워 재건·초대형 M&A 관심

거대조직 이끌 구심점 마련 필요성
경영진단실 주축 역할 강화 등 전망
로봇·전장·AI…미래 먹거리 숙제
폭넓은 인맥 토대 합종연횡 구체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 족쇄를 완전히 벗어남에 따라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사법 리스크 상황에서 대외 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만큼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깨뜨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경영 방침에 대해 대외 메시지를 낼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취임 2주년 당시에도 이 회장은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반도체 사업 위기 속에서 이 회장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히 2심 재판을 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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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컨트롤타워 해체 지시한 JY, 재건도 결정할까

재계는 사법 리스크를 떨쳐낸 삼성이 그룹의 '핵심 두뇌' 역할을 했던 컨트롤타워 재건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해체를 결정했던 만큼 재건도 직접 지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해체를 결정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듬해 2월 미전실을 공식 해체하면서 58년간 그룹 핵심 조직으로 '삼성 신화'를 이끌어온 역사도 사라졌다.

이후 삼성은 각 계열사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미전실 기능을 분산했다. 사실상 그룹 중추가 없어지면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굵직한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삼성 반도체 사업에 위기를 초래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년 전 사업지원TF와 경영진에서 모두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적절한 판단을 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수년 뒤 경쟁사에 선두를 내주면서 전체 반도체 사업이 흔들리는 위기를 초래했다. 계열사 경영진과 사업지원TF 간 팽팽한 견제와 긴밀한 협업 속에서 경영상 주요 판단이 이뤄지는데 이 같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지만 결국 거대 조직을 이끌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임직원 대다수가 느끼고 있다”며 “사업지원TF가 정식 조직이 아닌 만큼 이를 정식 조직으로 격상해 의사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까지 지도록 체계화할 필요성을 구성원들이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신설한 경영진단실을 주축으로 삼성이 미전실에 준하는 역할을 강화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경영진단실은 관계사 경영 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신규 조직으로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총괄한다. 미전실 기능 일부를 회복한 것이어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활 밑작업이라는 해석을 받았다.

◇'세상에 없는 기술' 삼성 비밀병기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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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달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차별화하자”는 메시지를 경영진에 강조해왔다.

당장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 경쟁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로봇, 전장, 인공지능(AI), 6G 통신 등 미래 성장동력에서 빠르게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숙제다. 이를 위한 초대형 인수합병(M&A)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받아왔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시계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 하만 인터내셔널 인수에 멈춰있다. 당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약 9조원) 투자를 결정했었다. 이후 옥스퍼드 시맨틱 테크놀로지스(OST),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을 인수했으나 하만처럼 단기에 확실한 시장 진입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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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그루파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서 이재용 회장이 메달 시상 후 선수들을 축하하고 있다.

재계는 이 회장의 대외 행보에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올해를 시작으로 그룹 안팎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현 사업 위기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신사업 기틀을 마련한 후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도 정기인사에서 핵심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해 변화보다 안정을 기한 바 있다.

외부적으로는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주요 기업과 전략적 합종연횡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반도체, AI, 로봇 등에 걸쳐 기업과 국가 차원의 협업이 중요해진 만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협업 조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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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주요 재판 일지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어던진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 회장은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했으나 지난 설에는 2심 재판을 앞두고 외부 행보를 자제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만큼 관세 이슈가 불거진 미국과 멕시코 등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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