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매출 비중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 외형 축소를 감수하고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쏟겠다는 강한 의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주요 다이궁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면세업계에서 다이궁과 거래 중단을 선언한 것은 롯데면세점이 처음이다.
거래 중단을 통보한 다이궁들은 지난해 롯데면세점 연 매출 50% 수준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이다. 대규모 매출 감소를 감수한 파격 결정이라는 평가다.
다이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 중국·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한다. 구매 규모 상 기업형 고객에 가까우며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하면서 활동이 활발해졌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의 다이궁 의존도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매출 증대를 통한 브랜드 협상력 강화, 재고 관리 등의 측면에서 필수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롯데면세점이 다이궁 거래를 중단한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면세점은 다이궁 유치를 위해 일종의 리베이트 개념인 송객수수료를 지급한다.
지난 2022년 면세점이 지급한 송객수수료 규모는 4조원을 상회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출혈 경쟁에 내몰린 면세점은 지난 2023년부터 송객수수료 비중을 매출 대비 35% 안팎까지 낮췄다.
다만 중국 내수 부진에 따른 단체관광객(유커) 감소, 고환율 등의 여파로 송객수수료는 적자의 주 원인이 됐다. 롯데를 비롯해 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점 주요 4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355억원에 달한다.
체질 개선 특명을 받은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가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취임한 김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결정이 면세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지도 주목된다. 각 사는 관광 트렌드 변화에 맞춰 △개별관광객(FIT) 공략 △VIP 고객 확대 △항공·여행사 제휴 등의 전략을 내놓고 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