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과 경기 불황 여파로 중소·중견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2013년부터 집계해온 'SW 천억클럽' 기업 수가 11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하며 SW 업계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근 3년간 16% 이상 성장해오던 천억클럽 총 매출액도 1.2% 성장에 그쳤다.
12일 KOSA가 발표한 '2024년 소프트웨어 천억클럽'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SW 기업은 401곳으로 전년보다 9곳 줄었다.
SW 천억클럽은 전년 매출 규모를 300억원부터 시작해 500억원, 1000억원, 5000억원, 1조원으로 분류해 집계한다.
2013년 114개로 시작해 지난해 410개까지 기록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다. 2017년에 200개, 2021년에 300개, 2024년에 400개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처음으로 감소세에 들어선 것이다.
300억원 이상 SW 기업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부 예산 삭감에 따른 시스템통합(SI) 공공 프로젝트 발주 급감이 지목된다.
공공 SI 사업 비중이 높은 SW 기업들은 직격탄은 맞으며 매출 하락을 겪었다. 또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로 암호화폐, 게임 분야 SW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적인 매출 증가세도 급격히 둔화됐다. 최근 3년간 SW천억클럽은 평균 약 17%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지난 2021년 SW 천억클럽 기업의 총 매출은 약 86조 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2021년 약 86조 9000억원이었던 SW 천억클럽 총 매출은 2022년 약 112조 5000억원(29% 성장), 2023년 약 127조 2000억원(22% 성장)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다가 올해는 129조 5595억원을 기록하며 극심한 성장 둔화를 나타냈다.
SW 기업 규모별로 분석해보면, 조 클럽과 5000억 클럽은 각각 1.8%, 16.2%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나 중소·중견 SW 기업 매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
1000억원 클럽은 전년 대비 매출액이 3.1%, 500억 클럽은 6.6%, 300억원 클럽은 7.9% 급감했다.
다만, 아이티센과 효성티앤에스가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면서 1조 클럽은 2곳이 늘어나 총 22개 기업이 됐다.
5000억 클럽은 그라비티, 위메이드, 메타넷글로벌, 유비벨록스 코오롱베니트, 지어소프트 등 6곳이 신규 가입했으며, 2개 기업이 매출 감소로 이탈해 총 21개 기업이 됐다. 1000억클럽은 신규 3개 기업이 포함돼 총 5곳이 늘어 115개 기업이다.
반면, 500억 클럽(114개)과 300억 클럽(129개)은 각각 6곳, 14곳이 줄었다.
KOSA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어려워지는 게 지표상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SaaS 기업은 돌파구를 마련해 선방했지만, 전통 SI 기업은 공공 사업이 줄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