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소프트웨어(SW) 업계가 그동안 표류하던 인공지능(AI) 사업 대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 난이도나 품질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비용에 반영하는 표준 모델 도입을 검토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최근 'SW 규모 산정에서의 비기능 측정 방법론(SNAP) 국내 도입 타당성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과기정통부 예산으로 진행되며 KOSA가 발주를 주관한다. AI 사업 대가의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두고 정부 차원의 공식 연구가 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NAP은 국제기능점수사용자그룹(IFPUG)이 제정한 비기능 요구사항 측정 표준이다. 화면이나 데이터 수량 같은 눈에 보이는 기능점수(FP) 외에 개발 환경, 기술적 난이도, 품질 특성 등 비정량 요소를 측정하는 도구다.
과기정통부·KOSA가 새로운 기준 마련에 나선 배경은 AI 사업이 기존 SW 사업과 달리 정형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SW 사업은 요구사항과 결과물이 명확해 성공과 실패를 쉽게 가를 수 있다. 반면 AI 사업은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목표한 성능이 나올 때까지 몇 단계의검증을 거쳐야 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외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업 발주 쪽에서는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니 전체 비용이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과 비용을 더 많이 투입하고 있다. AI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제어하고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 일반 SW 사업보다 훨씬 많은 고급 인력을 검증 단계에 상시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은 AI 사업의 전체 주기를 완전히 경험한 사례가 드물어 대가 산정의 기준이 될 만한 누적 데이터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기존 FP 방식으로 AI 대가를 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따라왔다.
과기정통부와 KOSA는 SNAP을 통해 측정 도구를 정교화함으로써, AI 사업의 불확실성과 데이터 학습 비용, 고난도 검증 작업 등을 제도권 안으로 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구 발주만으로도 실천적 출발선을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그간 되풀이된 '가치 기반 대가 산정'식의 모호한 주장 대신, 글로벌 표준을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결합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역시 최근 개최한 AI 대가 산정 TF 회의에서 이 같은 연구 방향성에 공감했다.
앞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올초 보고서를 통해 AI 서비스 특성상 수면 아래 잠겨 있는 데이터 정제나 벡터 저장소 구축 등 고난도 엔지니어링 영역이 많아 대가 산정시 기존 FP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술 난이도와 복잡도를 정량화할 수 있는 SNAP 방식 적용 검토를 제안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의 빠른 변화를 따라잡고 완결성 있는 대가 체계를 구축하려면 단발성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시장 상황에 맞춘 점진적 대응과 후속 연구를 위한 추가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