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계엄과 함께 추락한 코인거래소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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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늦은 저녁 비상 계엄이 선포되던 시간 금융·외환·가상자산 시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비트코인은 패닉셀 영향으로 30분 동안 30% 낙차를 보였고 주요 국내 코인거래소들은 접속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계엄 선포라는 변수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갑작스런 트래픽 변동에 대응할 방안은 미리 제대로 마련해 두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미가 없다.

이날 서비스 정상화 공지 이후에도 종목 그래프나 매수매도 버튼이 사라졌고, 원화 입금은 '순차적으로 진행할테니 기다려 달라'는 오류만 남기고 한참을 버벅거렸다. 기술적 한계, 투자 부족이라면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다. 간신히 쌓아올려가던 가상자산 시장 신뢰가 추락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통상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이용자들은 '음모론'을 제기한다. 일반 이용자는 거래를 못하게 막아놓고, 거래소 임직원들이 포지션을 선점해 큰 차익을 챙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 과거 소규모 거래소가 난립할 때는 왕왕 있던 일이다.

같은 시간 외환시장도 크게 요동쳤지만 관련 플랫폼 접속 장애가 빚어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외환은 자산 성격 상 코인처럼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지 않는 데다, 인당 거래 한도를 두고 있어 극단적인 트래픽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또한 '천재지변, 정전 등 불가항력 사유일 경우 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다'는 특약을 들어 아예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모든 이용자에게 공정하다 할 것이다.

국내에 첫 코인거래소가 등장한 이후 10여년 각종 사건사고를 거쳐 겨우 제도권에 안착하려 한다. 일부 기업의 매출이나 인력 규모, 사회적 영향력은 이미 제도권 금융사를 넘어섰다. 사고 대응 능력도 이제 제도권 수준에 맞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신뢰는 쌓기 어렵고 잃기는 쉽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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