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며,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의 예치금 이자율이 은행 금리를 웃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2.15~2.75%로 전월 취급 평균 금리 2.73~2.94%보다 최대 0.7%포인트(P)가량 떨어졌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인하한 후, 은행권이 주요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내리면서다.
특히 초단기 상품인 1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1%대에 진입했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과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은 1개월 기준 모두 연 1.80%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예치금 이자율을 일부 은행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업비트 연 2.1% △빗썸 연 2.2% △코인원 연 2.0% △코빗 연 2.1% △고팍스 연 1.3%를 각각 제공 중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수시 지급 기능을 운영해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도 은행 상품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치금은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점에서도 파킹통장과 비슷하지만, 금리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이다. 토스뱅크 '이자받는 저금통'과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의 최고 금리는 각각 연 1.80%이다. NH농협은행 'NH주거래우대통장', 하나은행 '달달 하나 통장'은 각각 최고금리 기준 2.0%, 신한은행 '신한주거래미래설계통장'은 0.75% 수준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금리에 즉각적인 하향 압력을 주는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예치금 이자율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은행 상품의 매력이 떨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이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고객 예치금은 지난해 들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지난해 고객 예치금 총액은 약 11조1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약 4조9954억원(2023년), 3조6757(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고객 예치금에 대한 이자 지급이 의무화되면서, 거래소별로 예치금 유치 경쟁이 본격화됐다. 여기에 비트코인 반등 등 크립토 시장 전반에 훈풍이 불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도 예치금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