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삼성 HBM 수출 제한 '발등의 불'…장비 업계 불확실성↑

미국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수출 규제를 확대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의 중국 수출 비중이 높았던 삼성전자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장비 업계도 중국 사업에 미칠 악영향을 대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Photo Image
삼성전자 '2세대 8GB HBM2 D램'

◇HBM 2위 삼성전자, 중국 판매 제한 비상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다. 우리나라 기업이 각각 1·2위를 차지할 만큼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중요한 제품이자 시장이다.

HBM이어도 회사마다 주력 품목은 다른데, SK하이닉스 경우 4세대(HBM3)와 5세대(HBM3E) 등 선단 제품 비중이 높다. 엔비디아 등 시장 1위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 최신 제품을 위주로 공급해서다.

반면 삼성전자는 AMD 등 일부 고객에만 선단 제품을 공급하는 상황이어서 2세대(HBM2) 및 3세대(HBM2E) 비중이 아직 높다.

올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이 HBM3E로 바뀌었지만, 삼성전자의 HBM3E는 매출 비중 1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HBM3E로 전환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 수요에만 대응하기에도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HBM2·HBM2E 수요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HBM2와 HBM2E 상당량이 중국에 공급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엔비디아와 같은 곳에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입할 수 없다. 최첨단 GPU가 없기 때문에 HBM도 HBM3나 HBM3E와 같은 선단 제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중국은 이 대신 잇몸으로 HBM2를 활용해 AI 기술을 개발, 발전시켰다.

자연스럽게 중국은 삼성 HBM 사업의 중요 시장이 됐는데, 이번 미국 규제로 중국 수출이 가로막히면 삼성은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HBM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로 알려져 주요 판로가 막히게 된다.

또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성능을 낮춘 AI 칩(H20·MI309 등)에 탑재할 HBM도 공급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들 AI 칩에는 HBM3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HBM2·HBM2E에 이어 HBM3까지 수출 제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HBM의 중국 수출이 제한되면 그 자리를 중국 업계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중국 CXMT와 우한신신 등이 HBM2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HBM 개발 속도가 빨라 내년에는 HBM3 시장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메모리 기업이 주도했던 HBM 시장을 맹추격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면밀히 상황을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장비 업계 영향 미미하다지만…업계 “예의주시”

이번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도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중국 군 현대화와 관련된 기업 140개를 지정, 이들 기업에는 첨단 반도체와 장비를 수출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종횡비 식각 장비 △유전체 증착 장비 △구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어닐링(열처리) 장비 △클리닝 장비 △계측 장비 등이다. 이번 수출 규제에서 열처리와 계측 장비가 추가됐다.

증착이나 어닐링, 클리닝 경우 국내 업체도 일부 제조 중인 장비로 미국의 규제 영향권에 들 수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가 세부 대상이나 규제 사양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다. A 증착장비 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규제 대상이 포괄적으로 제시된 상태라 수출 제한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규제 대상이 전공정에 집중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라 국내 패키징·테스트 장비 업계가 주로 수혜를 받아서다. B 패키징 장비 업체 임원은 “HBM은 수출 규제 품목이 됐지만, 관련 패키징 장비는 대상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미국의 수출 금지 대상 기업에서 빠진 것도 주목된다. C 열처리 장비 기업 관계자는 “최근 한국 장비 수요가 많은 CXMT가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으면서 당장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상황 변화를 모니터링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미국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수출 허가 면제 국가'에서 제외됐다. 국산 장비가 미국의 수출 규제 품목에 해당하면 중국 판매를 위해서 따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허가 절차를 진행하면서 납기(리드타임)이 길어진다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또 장비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등 미국 기술이 적용된 경우가 많아 수출 규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Photo Image
HBM 시장 점유율 - 자료 : 트렌드포스 2023년 기준
Photo Image
중국 반도체 장비 구매액 추이 - 자료 : SEMI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