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지난 14일 국회에서 단독처리한 법안이다. 대통령 취임 후 25번째 거부권 행사다. 모두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의결하자, 이를 재가했다. 특검법은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했다.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담았다.
한 총리는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며 “야당이 그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안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제삼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는 야당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어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제를 취하는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이 입법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헌법 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거부한 특검법은 민주당이 김 여사를 겨냥해 발의한 뒤 단독으로 통과시킨 세 번째 법안이다. 윤 대통령은 그때마다 거부권을 행사했다.
첫 번째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에서 재표결 후 부결돼 폐기됐다. 두 번째 특검법도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으나 똑같이 폐기된 바 있다. 이번 세 번째 특검법도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대통령이 재의요구한 법안을 국회에서 재표결할 때는, 재적의원 과반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본회의 통과와 달리 여당인 국민의힘(108명)이 모두 반대하면 부결된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이 최근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로 분열돼 갈등이 증폭되면서, 민주당은 오는 28일 예정했던 재표결을 다음달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8명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은 성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도 지난 25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의힘 주요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등 혹시 모를 이탈 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