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연중 최대 해외직접구매 기간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독소조항이 가득한 중국 e커머스(C커머스)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 해외 e커머스 또한 최소한 국내 수준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이행하고, 국내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이용약관을 심사해 △플랫폼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부당한 개인정보 수집·활용 조항 △소비자에게 불리한 재판관할 조항 등 총 13개 유형, 47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C커머스 플랫폼이 급속도로 성장해 현재 대략 1000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알리·테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알리·테무는 위해물품 유입,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어 약관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4월부터 알리·테무를 상대로 불공정 약관 심사에 착수했다.
심사 결과 알리·테무 이용약관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거나 약관을 위반해 플랫폼이 조치를 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플랫폼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도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호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알리·테무는 이용자의 잘못을 이유로 필요한 조치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귀책이 경합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상당한 이유 없이 제한해서도 안 된다”면서 “해당 조항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무효인 약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알리·테무 이용약관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수집하는 조항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를 비롯해 그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조항도 있었다.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관할을 각각 홍콩 법원, 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한 조항도 포함됐다.
신 과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수집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면서 “”정부기관 요청이 있거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이 아니면 수집한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알리·테무와 이용자 간 분쟁의 배타적 관할권을 외국 법원에 부여해 국내 소비자의 소제기 또는 응소에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의 합의 조항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