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산업용 전기비용 상승에 뿌리 '中企'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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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종별 전기요금 인상률,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인식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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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올해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면서 마진이 줄고 있고, 생산할수록 적자를 보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장을 놀릴 수 없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니 적자를 보면서 생산하는 상황입니다.”(이상오 한국표면처리협동조합 전무)

“대기업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관련 비용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늘어나는 비용을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그마저 경쟁업체 또는 중국기업에 빼앗길 위험이 있어 (가격 인상)요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이종길 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

산업용 전기요금이 매년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기에 의존하는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뿌리산업들이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월 전기비용만 10억원이 넘는 기업도 속출하는 가운데, 이런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부터 납품대금연동제가 도입됐지만 에너지 비용은 제외돼 사실상 비용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많은 뿌리산업 기업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10원 오를 때마다 4000만원 이상 손실을 본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 3년 새 46.6% 급증…'뿌리' 흔들린다

정부는 최근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을 9.7%(16.1원) 인상했다. 구체적으로 산업용(갑)은 5.2%(8.5원), 산업용(을)은 10.2%(16.9원) 각각 올렸다. 인상은 발전단가 상승과 한국전력 누적 적자 등을 고려한 것은 물론 전기요금 정상화가 골자였다.

여파는 뿌리산업에 직격탄을 안겼다. 뿌리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 핵심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의미한다. 인상분은 뿌리산업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졌다. 현재 제조 중소기업 80% 이상이 산업용(갑) 요금제를, 열처리·주물 등 뿌리중소기업은 산업용(을) 요금제를 각각 적용받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2021년 말 대비 약 46.6%(누적 48.9원)+@의 충격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은 평균 월 900만원, 중소기업은 평균 월 8만원 추가 부담 발생을 예상했다. 다만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요금을 쓰는 열처리·주물 등의 경우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 수준의 전기요금이 발생하게 됐다.

◇가파른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제품가격 반영 못 해

중소기업들이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낀 건 최근 일은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중소기업 에너지비용 부담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전반적인 인상수준에 대해 '부담됨(다소 부담+매우 부담)'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무려 93%에 달한다. 10곳 중 9곳 이상의 중소기업이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업종별로는 △화학 96.2% △전기·전자 95% △금속 93.4% △기계 93.3% △플라스틱 93.3% 등으로 사실상 뿌리기업 중심으로 여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 역시 낮아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추이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감소한다'고 응답한 기업이 56.3%, '매우 감소한다'는 답변도 17.9%로 74.2%가 영업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전기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기업이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납품단가에 전기요금 인상분을 반영하는 기업은 전체 22.5%로 나타났다. 10곳 중 8곳에 가까운 중소기업들이 전기요금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했다.

◇가정용보다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해외는 '반대'

해외 주요국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용 대신 주택용 전기요금을 상대적으로 인상하는 추세다.

실제 연평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에서 일본 0.15%, 미국 0.07%, 영국 2.19%로,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 연평균 3.63%와 차이가 컸다. 이 기간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연평균 0.07% 상승하는데 그쳤다.

산업용 전기는 고압으로 송전해 주택용 대비 원가가 저렴하다. 게다가 과거 산업용 전기는 원가 회수율이 다소 낮았지만, 2013년부터 100%에 근접하고 있다. 원가 회수율이 100%에 가깝거나 이를 초과한다는 것은 전기 공급자가 생산 및 공급 비용을 충분히 회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종별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해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에너지가격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부가가치세, 전기소비세, 발전세 등을 한시적으로 감면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력산업기반기금 부과금을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제도는 전기요금에 3.2%를 부과하는 종가세로, 전력 소비량에 요율을 부과해 가격변화에 중립적인 종량세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 구조상 우리나라는 향후 전기료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은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때문에 저렴한 전기료가 경쟁우위로 작용하는 사례가 특히 늘고 있다.

◇납품대금연동제 에너지 포함 시급…차등제 도입도 검토해야

업계에서는 납품대금연동제에 에너지 비용을 포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 대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제도 대상은 납품대금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다. 전기요금 등 전력비는 비용으로 분류해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현행 납품대금연동제 재검토를 요구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9월 국회에서 개최한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보완 검토를 요청했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납품대금 연동제에 전기료 포함은) 합리적인 만큼 빨리 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뿌리 중소기업에 대한 계절별 전기요금 차등 적용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계는 '계절별(6월·11월 요금→봄·가을철 요금 적용) 및 시간대별(토요일 낮시간대 중부하 요금→경부하 요금 적용)'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 △계절·시간대별 요금 조정 등 산업용 전기요금 합리화 △에너지효율향상 정책 지원 등 중소기업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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