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에어코리아의 기술유용행위, 보복조치 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적발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48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하이에어코리아는 2020년 웨더 타이트 댐퍼(WTD)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하여, 2015년부터 하도급거래 관계였던 중소 수급기업 A사의 도면을 사용해 유사한 제품을 자체 개발하였다. 이처럼 하이에어코리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A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하였다.
A사는 2022년 7월 하이에어코리아의 생산공장에 방문하였다가, A사가 대형 조선업체에 납품하기로 예정되었던 제품을 하이에어코리아가 A사의 기술을 유용하여 제조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이에 A사는 하이에어코리아에 기술유용행위 및 발주를 가로채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하이에어코리아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A사가 공정위에 신고하자, 같은 해 12월 하이에어코리아는 이를 이유로 자사 및 계열사와 A사 간의 거래를 일체 단절하여 보복조치를 실행하였다. 이에 대하여 A사는 물론 제3자까지도 수차례 그 사유를 문의하고 거래 재개를 호소하였으나, 하이에어코리아는 이를 모두 거절하였다.
보복조치로 A사와의 거래를 단절한 이후 하이에어코리아는 A사가 납품하던 케미컬 필터(Chemical Filter)가 필요하게 되자, 2023년 2월 A사의 케미컬 필터 도면을 A사의 경쟁업체에게 제공하여 동일한 제품을 제조할 것을 요청하였다.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역시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기술유용행위의 유형으로서, 하이에어코리아는 앞선 유용행위와는 다른 방식으로 A사의 기술자료를 재차 유용하였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하이에어코리아의 △하도급거래 계약서 미교부 71건 △기술자료 요구 시 법정 서면 미교부 24건 △기술자료 수령 시 비밀유지계약 미체결 1건 등의 법 위반사항도 적발하여 함께 조치하였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자의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 제공하는 행위에 더해, 부당성이 중대함에도 혐의 입증이 어려운 보복조치를 적발했다”면서 “기술유용 관련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복조치를 직접 지시한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히 제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기술자료 수령 시 비밀유지계약 미체결 행위를 최초로 적발·제재한 것”이라면서 “비밀유지계약 체결에 대한 업계의 경각심을 제고하여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수급사업자의 공정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기술유용행위와 보복조치 등 중대하고 고의적인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