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청년을 위한 '기업·교육기관·정부' 삼박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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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 문제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대졸 청년들이 학업을 마친 후에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이 경력직 선호 채용 관행을 강화하면서, 신입사원보다는 경험을 쌓은 경력자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청년들의 구직 기회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구직자와 구인자간 미스매치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실업 문제의 이면에는 복합적인 사회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산업·사회 구조의 변화는 전통적인 직업의 소멸과 새로운 직업의 출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시간과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특정 기술이나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즉시 업무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고, 이러한 경향은 경력직 선호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둘째, 교육 시스템이 빠르게 변화하는 직업 시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다. 많은 청년들이 대학에서 이론 중심의 교육을 받지만, 실제 업무에서 요구되는 실무 역량과는 괴리가 존재한다. 이는 졸업 후에도 청년들이 실질적인 직무 수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오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결국 구직자와 구인자의 미스매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청년들에게 새로운 직업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전통적인 학문적 교육뿐만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직무와 기회가 생겨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분야에서의 직업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같은 분야는 현재와 미래의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청년들이 이러한 신기술을 학습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청년을 대상으로 신산업 분야 교육과정인 하이테크 과정을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데, 산업수요를 반영한 현장형 훈련으로 최근 3년간 80%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하고 있다. 올해 기준 전국 32개 캠퍼스에서 신산업 분야 90개 직종으로 2030명을 교육하고, 내년에는 400명 늘어난 2430명으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기업과 교육기관간 협력도 필수다. 기업은 청년들이 필요한 역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기관과 협력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기관은 청년들이 이론뿐 아니라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현장 실습, 인턴십, 기업과의 산학 협력 등을 통해 청년들이 실제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구직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폴리텍대학은 다양한 기업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인 협약반 사례들이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 '롯데반'을 운영할 계획이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기업 시설을 활용한 현장실습 기회 등을 제공해 기업과 교육기관간 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 외 기업전담제 운영을 통해 취업, 현장실습, 각종 산학협력사업 연계가 이루어져 청년들의 실무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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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기업 맞춤형 협약반 사례. 자료 출처 : 한국폴리텍대학

마지막으로, 청년들도 변화하는 직업 세계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끊임없는 자기 개발과 역량 강화를 통해 경력을 쌓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청년들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다양한 직무 경험을 쌓아가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청년 고독사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난과 같은 사회적 문제는 경제적 불안정과 무력감,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며, 아무리 노력해도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심리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이로 인해 세상과의 연결을 끊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청년실업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청년들이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달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의 '일자리 격차 해소'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 뿐 아니라 기업도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와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맞춘 역량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기관은 실질적인 실무 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기업과 교육기관 간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 모델을 통해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기업은 미래 인재를 확보하며, 사회는 더 나은 경제적 성장을 이루는 선순환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철수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필자〉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법과대학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고, 서울대 법과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에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처장, 평의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노동법학회 회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노동정책 입안과 사회적 대화에도 적극 활동해온 노동법·노사관계 분야 최고 권위자다. 현재는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으로서 노동시장 분야 활성화를 위해 전국민의 전생애에 걸친 수요자 중심 평생직업교육 모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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