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은 인공지능(AI) 때문이다. AI 구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급증해서다.
관심은 이제 이같은 AI 수요의 지속 여부에 쏠린다. 일각에서는 AI 거품론을 꺼내며 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공급 과잉은) 시기상조”라며 오히려 HBM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24일 3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들의 AI 투자 확대 의지도 확인되는 만큼, 내년 HBM 수요는 현재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AI 기술을 확대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내년 HBM 고객별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됐다”며 “공급보다는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지금은 AI 투자를 축소를 걱정할 게 아니라 적기에 HBM을 공급하는게 반도체 업계의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HBM 개발을 위한 기술 난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른 수율 저하, 고객 인증 등 요인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HBM 고객이 D램과 달리 HBM에 대해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HBM을 제 때 확보하기 위해 입도선매를 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원활한 HBM 공급을 위해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HBM이 완판된 상황인 데, 고객으로부터 추가 공급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고 SK하이닉스는 전했다. 생산능력 확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HBM 수요는 엔비디아가 주도하지만, AMD나 인텔 등 후발주자 역시 AI 시장을 공략하려면 HBM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부사장은 “당초 계획보다 증가된 수요를 모두 대응하기에는 회사 생산 여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최근 고객들의 HBM3E(5세대)에 대한 수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3분기 기준 HBM3E는 4세대인 HBM3 출하량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핵심 공정인 실리콘관통전극(TSV) 능력을 작년 대비 2배 이상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HBM3와 DDR4 D램 등 기존 세대(레거시) 공정을 선단 공정으로 전환, 급증하는 HBM3E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구세대 제품 비중을 서서히 낮추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양산에 들어간 HBM3E 12단 제품도 예정대로 4분기 출하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블랙웰' AI 가속기가 설계 변경을 하면서 HBM3E 12단 공급 지연 우려가 있었지만 '순항 중'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12단 제품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이 더뎠던 PC와 모바일 시장도 내년에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SK하이닉스는 기대했다. PC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10 지원 종료로 기업용 PC 교체 수요가 있고, AI PC 출하 확대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AI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것도 호재다. 회사는 이에 따라 LPCAMM2·LPDDR5X·LPDDR5T와 같은 고성능·저전력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