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2라운드]상호관세는 무효, 불확실성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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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4466〉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 dinner with state governors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on February 21, 2026. (Photo by Mandel NGAN / AFP)/2026-02-22 09:55:24/〈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전 세계를 뒤흔든 '트럼프발 관세'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상호관세라는 수단만 사라졌을 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은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한시적 전면관세(글로벌관세) 15%에 더해,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까지 전면에 등장하면서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상호관세 무효에 따른 후속 조치로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가 확대하면, 우리 산업계가 체감하는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진화하는 관세 압박

연방대법원 판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는 법적 기반을 잃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무역법 122조를 활용한 전면관세 카드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미국의 무역적자 상황이 122조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외신들도 전면관세 역시 상호관세와 마찬가지로 추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과, 150일 이후 의회 승인이라는 정치적 변수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또 다른 카드, 232조·301조 역시 우리에겐 위협이다. 상호관세는 모든 품목에 동일 비율로 적용되는 반면, 이들은 특정 산업을 정조준한다. 자동차·철강·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핵심이다. 상호관세 10~15%보다, 이미 자동차 15%·철강 25%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는 품목 관세가 개별 기업에 미치는 타격은 훨씬 직접적이다. 특히 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조사를 착수한다고 나선만큼, 특정 품목·산업을 겨냥한 보복 관세가 현실화하면, 무역합의 따라 낮아졌던 통상 리스크도 다시 수직 상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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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중심은 여전

트럼프 행정부가 새 전면관세를 꺼내 들면서도 자국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승용차,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부 소비재·식료품을 제외 대상으로 둔 점은 관세 정책의 성격이 여전히 '미국 중심'으로 설계돼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를 전면적으로 매기되, 미국 내 생산 기반과 유권자 체감 물가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품목은 피하는 방식이다.

이는 관세가 단순한 통상 압박 수단이 아니라, 미국 산업정책·에너지 전략·물가 관리까지 엮인 '정책 패키지'로 운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핵심광물과 에너지, 전략 제조업 관련 품목을 관세 대상에서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은 향후 동맹국에 대한 투자 압박, 공급망 재편 요구와 맞물려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를 올려 협상 지렛대를 만들고,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투자·이전·공급을 끌어오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단기적 관세 충격보다 중장기적으로는 각국 산업 구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특정 품목이 관세에서 제외되거나 완화되는 과정 자체가 미국의 산업 전략에 편입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관세율 변화뿐 아니라, '어떤 품목이 왜 빠지는지'라는 정책 신호를 면밀히 해석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주요국은 관망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기존 대미 투자 및 협력 기조를 당장 수정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상호관세에만 국한된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곧바로 전면관세와 품목관세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면서 통상 압박의 실질적 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에너지·첨단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미 투자 프로젝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U 역시 상호관세 무효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여지는 열어두면서도,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 리스크를 고려해 전면적인 합의 재검토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보·방위 협력 등 비통상 분야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각국의 판단을 제약하는 요소다.

우리나라 역시 주요국과 보조를 맞춰 '관망 속 관리' 전략을 택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합의 수정이나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오히려 통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환급 절차와 추가 관세 논의 전개 양상을 예의주시하면서 업계 지원과 통상 협의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각국에 협상 여지를 일부 제공하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관세 수단이 바뀌었을 뿐, '미국 중심 통상 압박'이라는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향후 150일간의 전면관세 운용과 232·301조 적용 범위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대응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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