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내년에도 D램 투자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지속돼 제조사들이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반도체 업황 하락을 전망한 글로벌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는 상반돼 입장이어서 눈길을 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는 지난달 골드막삭스 기술 콘퍼런스에 참가해 D램 제조사들이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와 같이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시스템에 활용되는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대역폭을 끌어올린 제품이다. HBM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여러 개의 칩을 쌓는 형태라 수율이 낮다. 즉, HBM 생산량을 늘리려면 D램 생산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은 HBM으로 (범용 D램과) 동급의 비트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3배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하다고 한다”며 “이는 매우 강력한 수요 동인”이라고 전했다.
더그 베팅어 램리서치 최고재무책임자(CFO) “올해 DDR4에서 DDR5로의 전환과 HBM으로 인해 올해 D램 투자 강세를 보였다”며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은 완화되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브렌 하긴스 KLA CFO도 “HBM이 D램 생산량의 일부를 소비하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D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플라이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사다. 램리서치, KLA도 세계 톱5에 드는 반도체 장비사들로 이들의 전망은 실제 주문 상황들이 반영돼 설득력이 높다.
HBM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첨단 패키징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HBM 관련 첨단 패키징 매출은 어플라이드가 전년 대비 6배, 램리서치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내년에도 추가 성장을 기대했다. KLA도 HBM 수율 문제로 인해 후공정에서의 검사 장비 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낸드플래시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최근 몇 년간 낸드플래시 투자가 미미했었기에 기술 전환 등으로 인한 내년 투자가 수치상 성장하겠으나 로직, D램, 첨단 패키징 등에 비교하면 성장폭이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