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미래다]〈138〉과기처 신임 장관에 이상희 박사…6공화국 들어 두 번째 개각

Photo Image
노태우 대통령이 1989년 1월 25일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처의 새해 주요 업무계획을 보고 받기 위해 보고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1988년 12월 5일 오전 10시 노태우 대통령은 6공화국 들어 두 번째 개각을 단행했다. 10개월여 만의 내각 전면 개편이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24개 부처 가운데 20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국무총리 서리에는 강영훈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을 임명하고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조순 서울대 교수, 과학기술처 장관에 이상희 전 민주정의당 의원, 체신부 장관에는 최영철 전 국회부의장을 각각 기용했다.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실에서 개각 명단을 발표한 뒤 개각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개각은 국정 쇄신 차원에서 6공화국의 국정운영을 본격 추진하고 민주개혁과 경제 등 각 분야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단행한 것입니다.”

개각에 앞서 이현재 국무총리와 전 국무위원들은 이날 8시경 정부종합청사 19층 회의실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었다. 이현재 총리는 오전 9시 청와대로 들어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일괄 사표서를 제출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영훈 국무총리 서리와 신임 국무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새 내각은 부처별 우선 개혁 과제를 정해 업무를 차질없이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영훈 국무총리 서리는 1946년 군사영어학교를 거쳐 국방경비대 소위로 임관했다. 군단장과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거쳐 육군 중장을 끝으로 예편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77년 귀국, 한국외대 대학원장으로 일했다.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장, 주영대사, 주 로마교황청 대사를 역임하고 13대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조순 부총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육사 교관으로서 노태우 등을 가르치고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국제경제학회장으로 활동했다. 하얀 눈썹으로 말미암아 '산신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상희 신임 과학기술처 장관은 어릴 때 건강이 나빠 검정고시(전국 수석)로 서울대 약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고 변리사 자격과 미국특허청 심사관 과장을 마쳤다. 제11대와 12대 국회에서 민주정의당 전국구 위원으로 활동한 과학자였다. 국회의원 시절 대체에너지개발과 유전공학, 항공우주산업, 해양개발 기본법 제정 등 활발한 입법 활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1987년 10월 과학기술처의 소프트웨어(SW)개발촉진법 제정 당시 민주정의당 정책조정실장 직무대리이던 이상희 장관은 “이 법안은 미래 한국을 이끌 과학기술 분야 기초를 다지기 위한 법안”이라며 과학기술처를 적극 지원했다. 이상희 장관은 이진희 전 문화공보부 장관의 친동생으로, 형제 장관 등장이었다.

이상희 장관 임명에 대해 과학기술처 내부는 환영 분위기였다.

과학기술처 고위 인사의 회고. “이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과학기술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활발한 입법 활동을 해 왔기에 과학기술 행정을 잘 이끌어 갈 것으로 과학기술처 내부에서는 기대했습니다.”

이상희 장관은 6일 오전 과학기술처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취임식 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상희 장관은 기초과학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과학기술처는 기초과학과 과학기술 기반 조성 등 장기적이고 기본적인 분야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선진국과 기술 교류를 하고, 국가가 해야 할 대형 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하겠습니다. 과학기술 정책을 각 부처가 우선 과제로 삼도록 뒷받침하고 생명공학, 특허, 항공우주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12월 13일 정부는 12·5 개각에 따른 후속 조치로 각 부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과학기술처 차관에는 최영환 기획관리실장을 임명했다. 최영환 차관은 과학기술처 총괄과장, 진흥국장, 기술정책 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희 장관은 1989년 새해를 맞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과학기술은 한 나라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올해를 '기초과학 육성 원년'으로 정해 과학기술 기초를 다져 나가겠습니다.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계의 창의적 중지를 수렴하고 그 바탕 위에 과학기술 정책을 입안해 과학기술 선진국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과학기술처 중심의 연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이 함께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총력체제로 전환하겠습니다. 또 정부와 민간대표로 구성한 과학기술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 예산 과목에 '과학기술개발사업비'를 신설해 각 부처와 시·도가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이상희 장관의 생전 증언. “빠르게 발전하는 세계 기술을 따라잡자면 기초과학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1970년대 한국 경제 기적을 재현하려면 무엇보다 기초과학을 육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1989년을 '기초과학 육성 원년'으로 선포한 것입니다.”

1989년 1월 25일 오전 노태우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상희 과학기술처 장관으로부터 새해업무 계획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는 강영훈 국무총리, 홍성철 대통령 비서실장, 과학기술처 고위 간부들이 참석했다.

업무보고는 국민의례와 과학기술처 간부소개, 업무보고, 대통령 말씀 순으로 진행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고 “앞으로 과학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이런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 양성, 첨단 기술 개발, 기초과학 육성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희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를 '기초연구 육성 원년'으로 설정해 기초과학연구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올해 안에 기초연구 육성법을 제정하겠다”면서 “과학기술을 통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전국에 5개 '테크노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상희 장관은 또 “남북과학기술 교류를 추진하고 한시적인 대통령 자문기구로 과학기술자문위원회를 설치해 범구가적인 연구개발 체제를 확립하고 미래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주 항공, 해양 기술개발 등에 산·학·연이 공동으로 참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구 활성화 방안=기술보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기초연구 육성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지난해 213억원이던 기초 연구비를 올해 366억원으로 크게 늘리고, 기초연구지원센터를 통해 기초연구에 필요한 최첨단 대형 연구장비를 지원한다. 기초과학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올해 안에 '기초연구육성법'을 제정한다.

◇국책연구=정보산업과 생명과학, 우주항공기술 등에 3100억원을 투자한다.

◇테크노벨트 조성=기술연구 단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1, 2단계로 나눠 전국에 5개의 '테크노벨트' 조성을 추진한다. 서울 홍릉단지, 대덕연구단지, 광주첨단 단지, 수원·안성, 포항·울산을 중요 거점 지역으로 삼아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 △남북 간 △동서 간 등 5개 테크노벨트로 연결해 각 기술벨트 안에 관련 연구기관이 입주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타당성 조사와 기본 구상을 확정한다.

◇남북 과학기술 교류=남북한 동질성 회복의 교두보로 △비무장지대 생태계 공동연구 △과학기술 용어사전 공동 편찬 △각종 과학기술 공동 개최 등 과학기술 인사 교류촉진 사업을 추진한다. 공산권 국가와도 기술 교류를 적국 추진한다.

◇우주 계획=1993년 전후로 우주 첨단기술올림픽을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조직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 올림픽 주요 행사는 우주산업 전시회, 학술대회, 과학위성 공동 발사, 한국인 조종사 우주선 탑승 등이다. 올해 상반기 중 청소년의 창조력을 고취하기 위해 우주소년단을 창단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설치=상반기 중 대통령 한시 자문기구로 과학기술자문위원회를 설치해서 제6공화국의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정립한다. 이후 헌법 규정에 따른 대통령 상설자문기구로 '국가과학기술자문위윈회'를 설치해 범국가적인 연구개발 체제를 확립한다.

◇중소기업 기술 지원=중소기업 기술 고도화를 위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산화·자동화·기술집약화 사업을 추진한다. 기계연구소 안에 '자동화기술 지원단'을 설치·운영한다.

◇국민복지 기술 개발=난치병 진단 시약과 치료제, 인공신장기, 보청기, 환경정화 기술 등을 개발한다.

◇원자력 안전대책=원자력안전센터를 에너지연구소에서 독립시키고 안전규제 전담 기관으로 육성한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