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똑똑한 소비자가 좋은 차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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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Car

여러 수입차 관계자에게 시장 규모도 작고, 막강한 국산 브랜드가 있음에도 한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는 이유가 무엇인 지 물었다.

해마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성장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드물었다. 대부분 한국 소비자가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소비자는 첨단 기능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눈높이 또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똑똑한 동시에 까다롭다는 의미다. 국내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게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참고 사례가 된다고 했다. 똑똑하고 까다로운 소비자가 요구하는 차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밖에 없고, 소비자 눈높이를 맞춘 덕분에 국내에서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소비자는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달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캐즘에 이어 전기차 포비아 우려가 고조됐다. 그럼에도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전기차를 선택한 소비자가 브랜드만을 이유로, 가격만을 이유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배터리를 포함, 가격 등 여러가지 요소를 비교하고 선택했음이 자명하다.

전기차 화재로 국산차·외산차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전기차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게 분명하다. 국산차·수입차 모두 앞다퉈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그럼에도 전기차 안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완벽하게 해소됐다고 할 수 없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달 발생한 전기차 화재 원인에 대해 명확히 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중요한 건 제2, 제3의 전기차 화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책만으로 한계가 있다. 국산차·수입차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철저한 사전 대비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시대다. 소비자는 어떤 전기차가 안전한 지 비교하고 검색해 선택한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에 부응하지 못하면 선택받을 수 없다. 기술적으로 안전하다 혹은 전례가 없다는 설명만으로 부족하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사소한 불안과 불편이라도 간과해선 안된다.

사고는 예고없이 발생한다. 또, 사고는 발생이전에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징후를 포착해 대비하면 사고를 방지하고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안일한 생각과 태도가 재앙을 초래한다는 건 불문가지다. 전기차 화재를 일회성 해프닝으로 마무리지을 심산이 아니라면, 소비자 요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과감한 자세도 필요하다.

전기차 안전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만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장기적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를 '진상' 소비자로 폄하할 게 아니라 '진정한' 소비자로 간주하는 발상의 전환도 절실하다.

국산차든 수입차든 보다 안전한 전기차를 만들도록 하는 데 소비자의 몫이 없지 않다. 좋은 제품은 똑똑한 소비자가 만든다는 말이 있다. 소비자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하고 경험과 지혜를 공유해야 한다.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