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최악으로 마무리될 조짐이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기업회생 개시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기업회생 신청이 기각된다면 티메프는 파산하고 셀러들의 희망도 휴지 조각이 된다. 회생 절차가 개시돼도 대규모 채무 탕감이 예상된다.
불과 두 달 만의 일이다. 정부가 추산한 티메프 미정산 총액은 1조3000억원, 피해 업체 수는 4만8124개사다. 미정산 금액이 1억원이 넘는 업체도 1000개사에 육박한다. e커머스 셀러는 판매할 물건을 미리 사입해야 한다. 티메프 미정산금은 셀러들에게 단순한 자금 경색을 넘어 기업 존폐를 고민하는 흉터가 되고 있다.
그런데 사태의 시발점인 구영배 대표는 두문불출하고 있다. 미정산 사태 직후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한 뒤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약속했던 기자회견도 없다. 지난달 30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2차 회생 절차 협의회에도 참석했지만 조용히 법원을 빠져나갔다.
그의 관심사는 온통 KCCW다. 미정산 대금을 전환사채(CB)로 출자해 셀러들이 주인이 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해법이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망상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e커머스 플랫폼 근간에는 납품업체와 셀러, 소비자, 협력사 간 두터운 신뢰가 깔려 있다. 유례 없는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플랫폼이 다시 플랫폼으로 일어서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천억원의 적자가 나더라도 기업가치를 제고해 상장만 하면 된다는 '구의 공식'은 더 이상 시장을 설득하기 어렵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구 대표가 사태 수습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가 이끄는 큐텐과 큐익스프레스, 판매 대금으로 인수한 위시까지 모든 플랫폼을 동원해 해답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책임감 있는 e커머스 경영자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