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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시장 장기침체로 투자자들이 안정성이 높고 회수가 빠른 중기, 후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에 몰리고 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는 형국이다. 정부 연구개발(R&D) 지원도 소액 R&D를 가급적 지양하라는 기조가 확산하고 있어 초기 스타트업 투자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초기 스타트업들이 신규 투자가 줄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벤처투자사들과 투자 미팅 잡는 게 최근 더 어려워졌다”면서 “글로벌 경제 여파 등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침체해 투자가 어렵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중기나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관심이 더 있다는 이야기에 소외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신규 투자액은 69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인 1조3270억원의 52.2% 수준이다. 반면 중기 단계는 1조2192억원, 후기 단계는 1조5393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320억원, 2조387억원) 대비 각각 60%, 75.5% 수준이다.

전체 투자금액 대비 초기 스타트업 투자 비중도 줄었다. 올해 7월 말까지 초기 투자 비중은 18.7%로 지난해 24.6% 대비 감소했다.

임팩트 투자사 고위 관계자는 “민간 투자자들이 초기 단계보다 중기나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커지다 보니 최근 펀드 결성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부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지원조차 중기나 후기 단계가 상대적으로 커 초기 단계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창업기업 수도 줄어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이 전년 대비 4.3%(2만7744개) 감소한 62만2760개로 집계됐다. 중기부는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 등으로 창업기업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초기 이하 엔젤투자 단계는 더 심각하다. 한국엔젤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개인투자조합 투자액은 6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투자액이 5072억94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13.1% 수준에 불과하다. 조합이 아닌 개인 투자자 투자액은 올해 6월말 기준 5억5900만원으로 지난해 말 투자액 56억4000만원 대비 9.9% 수준에 그쳤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액셀러레이터가 많고, 이들 상당수가 정책자금에 기대를 했을 것”이라면서 “그간 초기부터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빌드업했는데, 전체적인 정책자금이 줄어들어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화가 단순 정책자금 감소로 생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초기 단계 스타트업 성공률은 아무래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