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양자 등 신기술은 전 세계를 먹어치우고 있다. 말 그대로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몇 사람의 천재가 수십만명의 먹거리뿐 아니라 한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소프트웨어(SW) 인력양성을 매우 잘 해왔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나 반도체를 비롯한 하드웨어 영역뿐 아니라 정보통신 활용률과 보급률, 전 국민의 기술 수용성을 기반으로 한 K컬처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로 인해 모든 것이 변화하는 시대, 기술이 국가경쟁력을 가름하는 기술 패권의 시대는 우리에게 SW 분야에서의 인력양성 방향을 거시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SW 인력양성 방향을 '양적 공급'의 시각에서 '질적 성장'의 시각으로 바꾸어야 한다. 양적 공급의 시각과 질적인 성장의 시각에 있어 가장 큰 차이는 '취직 이후 개개인의 기술적 성장을 얼마나 견인할 수 있는가'와 '탄력성 있는 수요공급 시장에 순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더욱이 국가적 인구감소의 문제를 겪고 있는 현재에 있어 질적인 성장의 인력양성은 무엇보다도 서둘러야 할 문제다.
그동안 SW 인력양성 정책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술 수요에 따라 양적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도 입사하기까지의 '진입'에 대한 노력 대비 '진입 이후'의 새로운 기술이나 업무 능력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진입에 있어서는 수요와 공급이 매우 탄력성 있는 시장이지만, 진입 이후에는 이러한 탄력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SW 인력양성 방향이 탄력성 있는 수요공급 시장에 순응하는 질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SW 기업에 적용되는 노동관계법, 학교교육, 우수인재에 대한 보상체계, 개개인의 성장 기회 제공이라는 4가지 현안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AI 등 기술 변화가 급격한 SW 기업에 적용되는 노동법이다. 이 법체계의 큰 틀은 1953년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권리 보호와 최저 근로 조건에 목적이 있었다. 제조업 중심의 시대에 비해 현재의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노동시장 상황에 적합한 것인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시장 환경도 역시 고려돼야 한다.
AI·SW 기업은 사업적 위험성이 크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수요에 따라 상시적으로 과감하고 빠르게 조직의 크기를 줄이고 늘이는 과정을 통해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고도화해야만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유연하고 민첩한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개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로, 대학교육은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개선하고, 산학협력을 강화하며, 학제 간 융합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졸업 정원제를 통해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우수인재에 대한 보상체계다. 우리나라의 고급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국내 보상체계가 해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기 시작 임금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연봉제를 적용하는 기업일지라 하더라도 연공서열과 호봉제에 완전히 독립돼 있지 않은 국내 환경은 고급인재들이 기대하는 보상체계와는 거리가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강화하고, 스톡옵션과 성과급에 대한 세제 혜택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개개인의 성장기회 제공이다. 개인의 능력이 평생을 거쳐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방안들을 통하여 개개인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지속 갱신하고 발전시킬 필요를 느낄 것이고 다양한 고용 형태와 직무를 경험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와 동시에 개인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실무적인 자격 증명, 저렴하고 질 높은 재교육 기회 제공 등도 준비돼야 한다.
오재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인력양성 및 일자리창출위원회 위원·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james@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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