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플랫폼 영역과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K게임이 세계 각지에서 모인 게임팬의 뜨거운 관심을 사로잡았다.

21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개막한 '게임스컴 2024'에 출전한 국내 게임사 시연 부스는 행사장 입장이 시작됨과 동시에 가장 먼저 신작을 체험해 보기 위한 참관객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며 구름 인파를 형성했다.

전야제 행사에서 강렬한 트레일러로 깊은 인상을 남긴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쟁쟁한 글로벌 대형 게임사 기대작 사이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부각하며 전세계 게이머 이목을 사로잡았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인조이(inZOI)'·'PUBG 배틀그라운드'로 대규모 부스를 꾸린 크래프톤과 오랜 기다림 끝 첫 이용자 시연을 선보인 펄어비스 '붉은사막' 또한 첫날부터 오픈런을 이끌어 내며 K게임의 글로벌 위상 향상을 실감케 했다.

◇ONL 효과 톡톡히 본 '카잔', 던파 IP 세계로

내년 상반기 출시를 확정한 카잔 시연 부스에는 전날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를 통해 소개 영상을 접한 참관객 발길이 이어졌다. 카잔 대표 이미지가 그려진 쇼핑백을 들고 있는 기자를 보고 인사를 건내며 시연 부스 위치와 체험 소감을 묻는 해외 게이머도 상당수 있었다. 한 독일인 게이머는 카잔 개발사 네오플이 지난해 '데이브 더 다이버'를 선보인 넥슨의 자회사라는 설명을 듣고선 두 엄지를 치켜 세우며 한국 게임 산업에 대한 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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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퍼스트 버서커:카잔' 게임스컴 2024 부스에서 참관객이 시연을 기다리고 있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카잔을 플레이해 본 해외 게이머는 독특한 3D 셀 애니메이션풍 그래픽과 전략적 스태미너 관리를 요구하는 전투 시스템, 파격적이고 과감한 액션 연출을 호평했다. 어려운 난이도가 특징인 소울라이크 장르와는 다른 결로 구현된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으로서의 면모를 시연 버전에서 특색 있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카잔 개발을 총괄하는 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초창기 던전앤파이터에서 느낄 수 있었던 하드코어 액션을 살리고자 했다”며 “매력적인 세계관을 지닌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를 대중에 더 많이 알리고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 시뮬 '인조이', 생성형 AI로 진화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에 던전 탈출 장르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까지 3종 라인업으로 대규모 전시·시연 공간을 마련한 크래프톤은 행사 기간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부스로 꼽힌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고양이와 인조이 게임 속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밝은 조명이 내려쬐는 시연대에는 체험 순번을 기다리는 참관객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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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인조이'와 '다크앤다커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로 게임스컴 2024에 참가해 대규모 부스를 꾸렸다.

나만의 개성 있는 '조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시연 버전을 구성한 인조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창작 요소를 강화했다. 이미지 파일을 AI가 분석해 게임 내 3D 물체로 만들어 주는 '3D 프린터' 기능과 프롬프트 기반 이미지 생성 AI로 옷이나 가구 등 각종 사물의 표면 패턴을 만들어 내는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김형준 크래프톤 인조이 총괄 디렉터는 “인조이는 이용자들이 자신이 꿈꾸는 외모와 집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도구를 제공한다”며 “각자가 선망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픈런 주인공 '붉은사막', 첫 시연 대호평

게임스컴 2024 참가에 맞춰 보스 전투 영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글로벌 관심도를 높인 펄어비스 붉은사막은 행사장이 공식 개방되기도 전부터 게임업계 관계자와 전세계 미디어로 긴 대기줄을 형성했다. 자사 부스 전시를 준비 중이던 해외 게임사 임직원이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시연 순번을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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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는 게임스컴 2024에서 '붉은사막' 첫 이용자 시연을 진행해 큰 관심을 받았다.

영상으로 공개된 보스전과 집단전을 직접 체험해본 참관객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임에도 마치 대전 격투 게임과도 같은 다채로운 콤보와 패드 조작으로 구현된 전투 시스템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전투 중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영화 같은 컷신 연출 또한 호평받았다. 다만 오픈월드 환경 속 자유로운 상호작용은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없어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붉은사막은 게임스컴 2024 출품작 가운데 최고 작품을 선정하는 어워드에 비주얼 부문과 에픽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몬스터헌터 와일즈, 듄 어웨이크닝, 스타워즈 아웃로 등 강력한 인기 IP 기반 해외 대작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치열한 수상 경쟁을 펼친다.

◇카겜 오션드라이브, 하이브IM 부스도 주목

카카오게임즈 개발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와 하이브의 게임·콘텐츠 계열사 하이브IM도 각각 부스를 마련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전개했다.

PC·콘솔 게임을 개발하며 쌓은 역량을 총동원한 오션드라이브는 로그라이트 요소를 갖춘 턴제 RPG 신작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와 택티컬 코옵 슈터 게임인 '섹션13', 중세 잉글랜드 버밍엄이 배경인 오픈월드 좀비 서바이벌 장르 게임 '갓 세이브 버밍엄'으로 일반 관람객 대상 공개 시연과 기업간거래(B2B) 부스를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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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와 '섹션13', '갓 세이브 버밍엄'을 게임스컴 2024에서 선보였다.

오션드라이브 부스를 직접 찾아 취재진과 만난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오션드라이브는 미드코어 등 장르에서 좋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IP를 보유한 회사”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도와 행보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게임스컴 2024 B2B 전시장에 단독 부스를 마련한 하이브IM은 액션스퀘어의 스튜디오 HG에서 개발 중인 3인칭 익스트랙션 PvEvP 던전 탐험 장르 게임 '던전 스토커즈'를 선보였다. 해외 인플루언서와 각국 미디어 시연이 진행된 가운데 던전스토커즈가 익스트랙션 장르를 이끌어갈 차세대 신작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현장 활동을 펼쳤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