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바람타고 K신약 美 진출 불씨 다시 지핀다

유한양행이 국산 항암신약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가운데 후속주자의 미국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력이 궤도에 오른 데다 신약 개발·허가 경험까지 축적하면서 다양한 적응증을 무기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LB, HK이노엔 등은 이르면 연내 미국 FDA 허가 신청 및 승인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유한양행이 뚫은 K항암신약 기운을 이어받아 세계 최대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일 미국 FDA는 얀센의 리브리반트 정맥주사(IV)제형과 유한양행이 기술이전한 '렉라자' 병용요법을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8년 얀센에 약 1조4000억원에 글로벌 개발·판매권리를 넘긴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Photo Image
렉라자

이번 승인은 항암 분야에서 국산 신약이 FDA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800억원 규모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하게 되며 판매에 따른 별도 로열티로 받는다.

유한양행은 '제2 렉라자'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도 이미 가동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알레르기 신약 'YH35324'와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 연구 중인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YH32367'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을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 도입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이 국산 항암신약의 미국 진출을 이뤄내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상업화 전략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신약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것은 2003년 LG화학 항생제 '팩티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1개 품목이다. 올해는 휴젤의 주름개선 치료제 '레티보'와 유한양행 '렉라자' 2개 품목이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허가받은 녹십자 '알리글로'는 지난달부터 미국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에 이어 FDA 승인 도전장을 내민 곳은 HLB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다. 회사는 간암 1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FDA 승인 신청했지만, 지난 5월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리보세라닙 자체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항서제약측 보완을 거쳐 9~10월경 FDA 허가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Photo Image
HK이노엔 케이캡

HK이노엔은 하반기 P-CAB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비미란성 역류성식도염 미국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2019년 출시해 연매출 1000억원대 품목으로 성장한 데다 기술이전 또는 완제품 수출 형태로 3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할 정도로 검증됐다. 내년 상반기 미란성 역류성식도염 임상3상 결과까지 나올 경우 FDA 허가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올바이오파마 역시 하반기 중증근무력증(MG) 치료제 '바토클리맙' 3상 주요 지표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기술이전 받은 현지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임상을 진행 중인데, 주요 지표 확인 후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막대한 R&D 투자와 기술확보로 가장 큰 장벽이었던 미국 항암제 시장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제 국내 제약사도 주류 의약품 시장 진입은 물론 적응증 다변화까지 진화하며 기술력이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