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 당시 장·차남 손을 들어줬던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번엔 모녀 측과 손잡으며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확보하며 일단락된 듯 했지만 송영숙 회장 모녀가 신 회장과 손잡고 과반에 육박하는 의결권을 확보, 형제 측과 맞서게 된 것이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은 신동국 회장과 모녀의 주식 444만4187주(집 ns 6.5%)를 1644억원에 신 회장에 매도하고 공동 의결권을 행사는 주식매매계약 및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세 사람은 계약서에 △이사회 구성 및 의결권 공동 행사 △우선매수권 △동반매각참여권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으로 모녀의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비율은 48.19%가 되며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이르는 지분을 확보했다.
모녀는 가장 큰 숙제였던 상속세 납부 재원도 마련하게 됐다.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이 2020년 8월 별세하며 오너가 가족은 약 5400억원의 상속세 부담을 앉게 됐고, 이중 절반 가량이 남아 있었다.
지난 1월 한미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신 회장이 마음을 바꿔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재점화됐다. 당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모녀 측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지만, 신 회장과 손잡은 장·차남 측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3월 주총에 장·차남이 경영권을 장악하며 오너가 분쟁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이번에 신 회장이 장·차남에 등을 돌린 것은 불투명한 경영계획 등으로 기업가치 훼손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경영인체제를 확립해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게 신 회장 주장이다. 이에 따라 모녀측과 신 회장은 오너 중심 경영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 전문경영인체제로 재편해 경영 안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종윤 사장은 신 회장과 송 회장 간 의결권공동행사약정에 대해 법적 검토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인 간 거래임을 고려할 때 법적 조치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장·차남 측이 문제제기를 예고함에 따라 경영권 분쟁 재점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