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는 하은희 교수 연구팀(환경의학교실)과 김혜순 교수 연구팀(소아청소년과학교실)이 여아의 초경 연령을 앞당기는 원인 중 하나가 대기오염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여아들의 초경 연령이 빨라진 것으로 보고된다. 이전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국 여아의 초경 연령은 1970년 14.2세에서 2010년 12.7세로 빨라졌다. 2008년부터 2020년 사이에 성조숙증 증후를 보이는 여아의 수는 16배 증가했다.
이화여대 연구팀은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환경 오염에 주목했다. 대기오염 장기노출 증가와 성조숙증 연관성에 대해 제대로 분석이 이뤄진 적이 없었는데, 연구팀이 처음으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09년 3년간 태어난 우리나라 남아와 여아 약 120만 명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장기간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국내 어린이들이 장기간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이산화황(SO2), 오존(O3)에 노출됐을 때 성조숙증 발생 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남아보다 여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을 인구집단으로 만드는 이른바 '코호트 연구' 방식을 채택했으며 아이들이 6세가 되는 시점부터 성조숙증 발생 여부와 대기오염 노출 여부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성호르몬을 교란하는 화학 물질이나 중금속이 공장과 차량, 폐기물 연소를 통해 대기 중에 뿜어지면서 미세먼지와 결합하고 이것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이 성조숙증, 특히 여아에게서 초경을 빠르게 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개인의 장기적인 대기오염 노출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연구와 더불어 대기오염 노출을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기질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