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현실화 안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허위조작정보 심의 현황을 공개한 가운데,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ISO는 정보가 허위·조작됐더라도 게시자의 목적·의도와 구체적인 권리·공익 침해 등 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전 제기됐던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현재까지 심의 사례에서는 현실화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KISO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시행 이후 허위조작정보 신고 27건에 대한 심의 현황을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KISO의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심의 결과를 공개한 첫 사례다.
구체적으로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는 심의 요청이 접수된 27건 가운데 심의 도중 삭제되거나 명예훼손성 권리침해에 해당해 임시조치가 이뤄진 4건을 제외한 23건에 대해 최종 심의를 마쳤다. 심의 결과 23건 모두 '해당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김민호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장은 “허위와 조작이라는 것을 밝혀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게시자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허위·조작했는지,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 다른 사람에게 침해를 줬는지까지 모두 갖춰져야 하고, 그 요건을 모두 갖춘 허위조작정보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ISO는 네이버, 카카오, 다음 등 사업자가 참여하는 민간 자율규제 심의·정책기구다. 지난 7월 시행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비해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회원사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상정된 게시물을 유형별로 보면 상품·서비스 관련 정보나 이용 후기, 홍보 성격을 담은 '정보·후기·홍보형' 게시물이 19건으로 전체 요청 건수의 약 70%를 차지했다. 여행업체·숙박 관련 정보와 음식점 영수증 리뷰, 미용 시술 후기, 상품 할인 정보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분쟁·비방, 흥미·오락형 게시물이 일부 상정됐고, 학술·종교적 영역에서 주장이나 의견을 다룬 게시물이 소수 포함됐다.
위원회는 현재까지 심의 사례에서 법 시행 전 우려했던 수준의 표현의 자유 위축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허위정보나 조작정보라고 해서 바로 유통금지 정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성·의도성·침해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면서 “법 문언을 하나하나 판단하고 사안에 대입해 보니, 막연하게 우려했던 것처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향후 KISO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사업자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내 사업자인 네이버·카카오·다음·네이트·디시인사이드와 국외 사업자인 구글·메타·엑스·틱톡 등이 적용 대상이다. KISO 회원사인 네이버, 카카오, 다음, 네이트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디시인사이드와 글로벌 빅테크 2곳도 해당 법안에 대응하기 위해 KISO 가입을 타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KISO는 앞으로도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심의 사례를 축적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자율규제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