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과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유전성 하지강직성 대마비 증후군 유전자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향후 상용화 가능성을 갖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우리 성과를 기반으로 더 큰 성과가 조속히 나오길 기대합니다.”
연초 발표된 희귀난치성 질환인 유전성 하지강직성 대마비 증후군(HSP) 유전자치료 기술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연구자, 임정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신들의 연구 의의를 이렇게 밝혔다.
임 책임 등이 연구한 HSP는 다리 근육이 점차 뻣뻣해지고 약해져 마비에 이르는 유전성 신경계 질환이다.
그동안 정확한 원인도, 당연히 근본적 치료법도 없는 상황이었다. 적용되는 요법은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늦추는 것에 그친다. 유전자치료제는 선천적 유전자 결함이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의 근본적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전자 치료는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도전적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그는 “현재 HSP 치료는 결국 결말이 정해져 있다”며 “새로운 해법인 유전자치료제를 적용해야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책임을 비롯한 연구진은 'ARL6IP1' 유전자의 HSP 발병 메커니즘을 밝혀냈고, 관련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동물 모델 효능 검증도 마쳤다.
성과가 소개되면서 적잖은 반향이 있었다. 임 책임도 “언론 보도 후 환우와 그 가족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자 했고, 이 때문에 생물학을 택해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나섰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한 것 같아 기쁜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쉽게도, 실제 치료제 개발에는 아직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HSP는 80여종에 달하는 유전자가 발병 원인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책임 등의 연구는 전체로 따지면 일부다.
그렇지만 이들의 연구는 큰 의미를 가진다. 임 책임도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타깃 도출, 기능 검증, 효능 평가에 이르는 밑바탕을 처음으로 이뤘다”고 전했다.
밑바탕 위에 여러 그림이 그려진다. 더욱이 유전자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림이 더 빨리 그려질 가능성이 있다.
임 책임은 “현재 희귀질환 유전자치료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고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많은 투자와 연구로 치료제 개발이 앞당겨지기를 저 역시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