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 뒤처진 HBM 경험
'마하1' 등 AI칩 선점 동력으로
올해 삼성 반도체 사업 50주년
경계현 사장 “근원 경쟁력 강화”
“2~3년 안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반드시 세계 1위 위상을 되찾겠습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올해 50주년을 맞은 반도체 사업에서 재도약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대응이 경쟁사 대비 늦었다는 외부 지적도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반도체 사업 부진에 대한 주주 성토가 잇달았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반도체 업황 침체 영향도 있지만 우리가 준비를 잘 못한 영향도 있다”고 솔직하게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대비 준비가 늦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사실상 이를 인정한 셈이다.
경 사장은 “근원적 경쟁력이 있었다면 사업을 더 잘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이미 1월부터 흑자기조에 들어섰고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해 시황 영향을 덜 받는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AI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 탑재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뒤처진 HBM 반도체 사업 경쟁력에 대한 지적과 대책 요구가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경영진과 주주가 올해 사업 현안에 대해 소통하는 '2024년 사업전략 공유 및 주주와의 대화'를 신설했다. 한시간여 동안 삼성전자 경영진이 사업 현안을 질문받고 상세하게 설명해 실적설명회를 방불케 했다.
경계현 사장은 이종집적 기술 기반으로 신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AI 인퍼런스 칩(AI 가속기) '마하1(Mach-1)' 개발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 전 제품군 경쟁력 우위 확보 △파운드리 사업의 지속 성장 사업구조 기틀 마련 △시스템LSI 사업의 독자생존 구조 확립도 목표로 제시했다.
마하1은 AI 아키텍처의 근본적 혁신을 시도한 기술이다. 메모리와 GPU 간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여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전력 효율은 8배 높였다. 거대언어모델(LLM)에 추론(인퍼런스)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어 AI 반도체의 근원적 혁신을 시작하는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하1 AI 칩을 개발하기 위해 네이버와 협력해왔다.
경 사장은 “마하1을 FPGA로 기술 검증을 했고 시스템온칩(SoC) 디자인을 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칩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에 뒤처진 HBM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경계현 사장은 “고성능 컴퓨팅 기기에서 고용량 메모리를 처리하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D램, 메모리에 시스템반도체 연산 기능을 더한 프로세스인메모리(PIM)를 고객과 협의하거나 적용 중”이라며 “조만간 관련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총에 참석한 600여명 주주들은 글로벌 인수합병(M&A) 계획, 최근 파업을 예고하고 쟁의 찬반투표에 돌입한 삼성전자노조에 대한 회사 방침 등 경영 현안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최근 노조활동에 대해 한종희 부회장은 “노조와 상시 대화해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하고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취우선으로 삼겠다”면서도 “노조가 파업할 경우 관계법령 허용 범위 안에서 가용수단을 동원해 경영·생산 차질을 최소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수합병(M&A)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을 계속 고민하고 있고 조만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