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VM웨어'가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e커머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경쟁당국이 브로드컴-VM웨어 기업결합 심사에서 SW 시장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브로드컴과 콘퍼런스콜을 진행하고, VM웨어의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한 국내 기업 우려를 전달했다.
글로벌 반도체 하드웨어(HW) 기업인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서버 가상화 1위 사업자 VM웨어를 약 610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VM웨어는 브로드컴에 인수된 이후 수익성 제고를 위해 가격 인상 방침을 정한 상태다. 재계약 대상 고객사 별로 SW 가격을 최소 두 배에서 다섯 배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지적에도 브로드컴은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브로드컴은 우선 VM웨어에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며 “본사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커머스 업계는 VM웨어가 공정위 지적과 무관하게 가격 인상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VM웨어 가격 인상을 직접 제재할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당시 공정위는 HW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광채널 호스트버스어댑터(FC-HBA) 1위 사업자인 브로드컴과 VM웨어가 결합 이후 타사 제품에 대한 호환성을 낮출 경우 FC-HBA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SW 시장에 대해서는 향후 10년 간 타사 HW에 대한 VM웨어의 SW 호환성 수준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조건으로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글로벌 서버 가상화 SW 시장에서 VM웨어는 41%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브로드컴은 과거 CA테크놀로지스, 시만텍 인수 직후 가격을 대폭 인상한 이력이 있다. 결합 심사 과정에서 SW 시장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아 후방 산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부분의 유통 기업들은 서버 운영을 위해 VM웨어 SW를 사용하고 있다. e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쿠팡, 11번가, G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홈쇼핑, 스타벅스도 사용하고 있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업 특성상 서버 SW 전환은 치명적이다. SW 대체를 위해서는 적응·변환에만 최소 1~2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 증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성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은 “서버용 SW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의 일방적 가격 인상은 국내 e커머스 업계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