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웨어 가격 인상, 대기업까지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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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브로드컴,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가격정책 CPU→코어 기준 변경
회사별·규모별 차등…피해 확산
공정위, 시정조치 등 대응책 검토

국내 가상화 시장을 독점한 VM웨어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중견·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삼성, SK 등 대기업까지 막대한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공정위는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질적 해결책은 없어 산업계 피해가 우려된다.

1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VM웨어는 국내 고객사에 가상머신(VM) 가격 책정 방식을 CPU에서 코어 기준으로 전환한다고 통지했다. 최소 16코어를 기준으로 잡았다. 고객사가 최신 CPU인 AMD 64코어를 사용할 경우, CPU 기준이 아닌 코어(16코어) 기준이므로 기존보다 4배 더 지불해야한다.

앞서 VM웨어는 지난해 브로드컴에 인수 이후 라인업을 2개 패키지로 통·폐합하면서 가격정책 변경을 준비해왔다.

가격 인상폭은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준이다. 기존보다 코어수가 더 많이 산정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부담해야할 비용이 최대 10배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중견업계 관계자는 “연간 비용이 두 배만 늘어도 선방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면서 “가격 부담이 4배 이상 늘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현금이 많지 않은 기업이라면 버틸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 부담은 삼성, SK 등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VM웨어가 회사별, 규모별로 가격 정책에 일부 차등을 준 것으로 안다”면서 “따라서 정확히 가격이 몇 배 올랐다고 공개할 수는 없지만, 가격 인상폭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불만은 증폭하고 있다. VM웨어 국내 총판사와 파트너사 등에는 가격 인상 관련 문의와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이 와중에 브로드컴은 VM웨어 국내 총판사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코드에 맞게 가격 인상과 판매를 가속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제가 확산하자 공정위는 지난 달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서 브로드컴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브로드컴은 “가격 정책을 변경한 것일 뿐, 단순 가격 인상으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국내 산업계가 가격 인상 부담을 토로하고 있는데도 문제될 일은 아니라고 설명한 것이다.

문제는 경쟁당국이 브로드컴을 제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와 관련해 '조건부 기업결합'을 승인할 당시 소프트웨어(SW) 독점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당시 공정위가 심사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하드웨어인 FC HBA(서버 연결 입출력 어댑터) 독과점 여부였다.

공정위는 다른 주요국도 브로드컴과 VM웨어 간에 기업결합승인 심사에서 SW는 제외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산업계는 공정위가 조건부 기업결합승인 취소 등 강경 대응에 나서 산업계를 보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차제에 VM웨어를 대체할 국산 기업 육성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로드컴을 대상으로 시정 조치나 형사 고발까지 다각도로 대응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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