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분유 재고가 급증하고 유럽산 저가 공세가 예고된 가운데 유업계가 내달 열릴 원유 물량 협상(쿼터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쿼터 조정이 유업계 수익성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일 유업계에 따르면 유가공협회와 유업회사 관계자들은 이번 주 실무자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낙농진흥회를 중심으로 6월 열릴 원유 쿼터 및 용도별 배분 비중 조정 협상에 앞서 유업계 차원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원유 쿼터제는 2002년 도입됐다. 다수의 낙농가와 소수의 유업체 간 불균형 구조에서 과잉 공급이 이어지고 유업체가 원유 가격을 사실상 결정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낙농가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적정 수취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행 원유 쿼터는 음용유 88.5%, 가공유 5%로 구성된다. 음용유 가격은 ℓ당 1249원, 가공유 가격은 882원에 책정된다. 흰우유 소비가 줄면서 음용유로 소화되지 못한 원유는 분유·치즈 등 가공용으로 넘겨야 하지만, 가공유 쿼터 5% 한도를 초과하는 물량은 리터당 100원에 처리된다.
충분한 소비가 이뤄졌던 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현재는 흰우유 소비 감소로 남는 원유를 유업체가 떠안는 형국이 됐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분유(전지·탈지 합산) 재고는 2023년 3월 5995톤에서 2026년 3월 1만1300톤으로 3년 새 88% 급증했다. 흰우유 소비 급감으로 음용유로 팔리지 못한 원유가 분유로 전환되면서 창고에 쌓인 결과다. 지난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 대비 9.5% 줄었다. 4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비싸게 사온 원유가 쿼터 한도를 초과할 정도로 남으며 이를 헐값에 넘기는 손실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유업계는 현재 원유 쿼터에서 가공유 비중 5%를 높이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가공유 비중이 높아지면 유업체 입장에서는 헐값 처리 물량이 줄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낙농가 입장에서는 고가로 받을 수 있는 음용유 물량이 감소해 수취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여서 양측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외부 압박도 거세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산 유제품 관세는 올해 사실상 0%가 됐고, EU산 관세도 오는 7월부터 완전히 철폐된다. 국산 원유 생산비는 리터당 1200원으로 미국·EU산 500~600원의 두 배 수준이다. 분유나 치즈로 가공해도 수입산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다.
2년에 한 번 진행되는 이번 협상 결과는 2027~2028년 2년 치 원유 물량 배분 기준으로 적용된다.
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 유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6월부터 낙농진흥회 주도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돼 한 달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7월 EU 관세 완전 철폐와 흰 우유 소비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쿼터 구조를 얼마나 현실에 맞게 손보느냐가 유업계 수익성을 가르는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