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생물다양성과 ESG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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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국제멸종위기보호종(CITES) 보호시설에 가면 사막여우, 흰손긴팔원숭이 등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멸종위기 희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탐욕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268 개체가 밀수·유기되는 과정에서 적발돼 보호받고 있다. 생물다양성 훼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생물다양성의 훼손은 과일, 채소 등 농산물부터 해산물, 축산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세계은행(WB)은 이처럼 생태계가 붕괴되면 2030년까지 매년 세계 GDP가 2조7000억달러 씩 감소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기업들은 이제 생물다양성 손실 이슈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생물다양성 공시를 점차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하위규정인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ESRS)에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의무공시 항목에 포함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수출기업들은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관해 국제 합의 목표에 부합하기 위한 권고사항을 추가했다. 공급망 실사의무 범위도 생물다양성, 산림파괴, 동물복지 등으로 확대했다.

EU는 또 공급망 실사를 통해 유럽은 물론 아시아 등 역외 지역에서 벌어지는 생물다양성 훼손 행위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OECD도 국가연락사무소(NCP)의 분쟁해결 메커니즘 실효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 수출 기업들도 생물다양성 보전에 선제 대응해 잠재적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자연에 대한 영향과 의존도와 관련한 위기와 기회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ESG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외 금융권은 이미 생물다양성 보전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저어새 보전활동에 참여하고, KT&G는 양양 장구메기 습지 복원사업에 나서며 ESG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CITES 보호시설 또한 기업의 ESG 경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국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동시에, 에코리움 등 관광자원으로 지역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 멸종위기종 보호 기술과 인프라를 개발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도 크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생택쥐베리의 명작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의 명대사다. 당장 눈 앞에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위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기업들의 ESG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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