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가 반도체가 반등세를 이어가며 제조업 생산과 수출 부진이 완화돼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중동 정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한 가운데 고금리 기조로 상품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이 이어지며 내수 경기를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7일 발표된 'KDI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전산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2.8% 증가하며 전월(1.3%)보다 증가폭이 1.5%포인트(P) 확대했다.
9월 광공업생산은 정보통신(IT) 수요 회복세로 반도체가 전년동기 8.4%에서 23.7%로 대폭 증가하며 3.0% 상승했다. 지난해 철강 생산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1차금속은 1.8%에서 12.5%로 반등하며 부진이 완화됐다. 전월대비로도 자동차가 부분 파업 등 영향으로 6.2%에서 -7.5%로 일시 감소했지만 전월(5.2%)에 이어 1.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3.2%로 전월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한 가운데, 재고율 또한 113.9%로 전월보다 10.4%P 하락하는 등 제조업이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 또한 미국 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며 부진이 점차 완화되는 양상이다. 자동차는 8월(9.5%)에 이어 9월(19.8%)로 견조한 증가세가 유지된 가운데, 반도체 또한 13.6%에서 -3.1%로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
반면 시장금리 상승, 중동 정세 불안 등의 경기 하방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금리 기조, 소비심리 약화 등의 영향으로 상품소비 또한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소매판매는 4.7%에서 -1.9%로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주로 기저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전월대비 0.2%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소비자심리지수 또한 99.7에서 98.1로 하락하면서 소비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9월 설비투자의 경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5.7%를 기록하며 전월(-14.6%)에 이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이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생산 부진 완화에도 반도체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반도체 신규투자 수요는 여전히 낮다”면서 “반도체 투자와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가 전월(-31.1%)에 이어 9월 -11.9%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여타 기계류도 고금리 기조로 부진이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는 고물가에 대응한 긴축적 통화정책과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 실장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지정학적 위험의 확대로 시장금리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주가는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인다”면서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며 자금조달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