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작은 보를 허무는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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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9일 전북 완주군 소재 전주천 상죽음보 일원에서 전주천 작은 보 철거를 위한 공동이행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준엽 한국 코카-콜라 대표이사,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 김성환 기후부 장관,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유희태 완주군수, 이준석 한국환경공단 환경시설이사. 사진 출처 : 기후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이야기하면 흔히 탄소부터 떠올린다.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물과 생태계, 생물다양성도 ESG의 중요한 영역이다.

전북 완주군 전주천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시작된다. 1970년대 중반 설치된 상죽음보를 철거해 끊어진 물길을 다시 잇는다. 길이 5.9m, 높이 2.2m의 작은 보지만 철거하면 하천 상·하류가 연결돼 수생생물의 이동과 서식공간 회복에 도움이 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업 방식이다. 약 3억원의 철거 비용은 글로벌 코카-콜라 재단이 후원한다. 시민사회가 사업을 추진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을, 한국환경공단이 기술을 지원한다. 기업의 재원과 시민사회의 실행력, 관의 역량을 결합했다.

기후부로서도 새로운 시도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민간의 ESG 자금을 지역 환경문제 해결로 연결한다. 기후부는 사업 운영과 인허가를 지원하고 지자체는 철거 이후 관리와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끌어내 공공의 환경정책과 접목하는 셈이다. 민간이 돈을 내고 정부가 이름만 얹는 구조와는 다르다.

ESG도 환경 캠페인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은 실제 환경문제 해결에 자본과 역량을 투입하고, 정부는 이를 공공의 환경성과로 연결하는 길을 터줄 수 있다.

작은 보 하나를 없앤다고 하천 생태계가 단번에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업에 수생태계 모니터링과 철거구간 사후관리가 포함된 이유다. 실제 생태계가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확인해야 ESG의 성과도 증명할 수 있다. 성과가 확인돼야 다른 하천으로 확산할 명분도 생긴다.

ESG가 보고서와 공시, 평가등급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실제로 바꿨느냐다. 전주천에서 허무는 것은 작은 보 하나다. 그 보를 허무는 일이 ESG를 보고서 밖으로 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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