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추진하는 '산업기술 알키미스트(연금술사) 프로젝트'가 순항하고 있다. 성과에 집중한 기존 연구개발(R&D)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사업 특성이 차별화한 기술 확보라는 '황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설재복 경상국립대 나노신소재융합공학과 교수와 이영국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은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고강도 페라이트계 경량철강 소재 제조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페라이트는 미세조직 결정구조에 따른 분류 가운데 하나다.

Photo Image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사업 추진 과정>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 도전·혁신형 R&D 사업인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AI 기반 초임계 소재)로 진행됐다.

경량철강은 알루미늄(Al), 규소(Si) 등 경량원소를 첨가해 기존 철강 소재 대비 낮은 밀도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환경 보호를 위한 이산화탄소(CO2)·온실가스 배출 절감과 연비 향상을 위해 소재 경량화 관련 연구가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철강 소재가 자동차 전체 무게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알루미늄 합금 등 경량금속 차량 적용 비율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특히 철(Fe)·망간(Mn)·알루미늄(Al)·탄소(C)를 기본 성분계로 가진 경량철강 소재를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해당 성분계를 가진 경량철강은 망간 함량에 따라 미세조직이 바뀐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대다수는 망간 함량 15~30wt%를 대상으로 했다. 망간 함량이 높아질수록 접합이 어려워 공정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상업화까지 한계가 있다.

경상국립대와 연세대 연구진은 기존 경량철강 대비 낮은 함량의 망간(2.0~3.0wt%)을 첨가한 저망간 초고강도 페라이트계 경량철강 소재를 개발했다. 광범위한 산업 응용 분야에 사용되는 기존 열 기계 가공 과정을 거친 후 추가로 저온 열처리 과정(LTP)으로 강도와 연성을 향상했다.

또 LTP 공정을 통해 '탄소 파티셔닝'(탄소 원자가 미세조직 내 고르게 분포하는 것) 효과에 따라 '전위의 거동'과 '변형기구' 현상이 발현되는 정도의 차이를 규명했다. 전위의 거동은 결정구조를 가진 물질 내에서 응력에 따라 원자 배열이 어긋나는 결함의 일종인 전위의 움직임, 변형기구는 재료 변형과 강화현상에 대한 메커니즘이다.

소재의 초고강도를 나타내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해상도 분석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분석을 할 수 있는 해외 연구 거점을 여러 차례 오가면서 연구에 몰두했다. '너무 잦은 출장'을 이번 연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꼽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경상국립대의 설재복 교수와 고광규 석사연구원은 'LTP 공정을 통한 결정립 크기 의존적 탄소 파티셔닝(size-dependent carbon partition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설 교수는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 소재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극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금속소재 개발로 수소경제와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페라이트계 경량 철강의 제조 방법 및 이를 이용한 페라이트계 경량 철강'이라는 발명 이름으로 삼극특허 출원(미국 18/039,655, 유럽 EP 21903648.0, 일본 特願2023-533770)을 완료했다.

삼극특허는 미국 특허청(USPTO), 일본 특허청(JPO), 유럽 특허청(EPO)에 모두 등록된 특허다. 현재 삼극특허 등록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돼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KEIT는 특허 등록을 마무리하면 경량철강 소재 관련 국제 협력은 물론 다양한 공동연구 형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설재복 경상국립대 교수 미니 인터뷰

“기존에 알려진 금속소재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라는 생각에 참여했습니다.”

설재복 경상국립대 교수는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낸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제조강국인 대한민국의 미래와 안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 성과로 미래 모빌리티는 물론 배터리 무게가 더해진 전기자동차 강판을 경량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과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제협력 공동연구로 한층 튼튼하고 신뢰성있는 경량 철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 금속소재와 차세대 철강 소재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설 교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기관·기업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논문 실적만 강조하기보다 지식재산권(IP)을 획득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