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삼성전자·LGD ‘OLED 동맹’...韓 대형 디스플레이 주도권 되찾는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협력은 전례 없는 일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액정표시장치(LCD)를 구매한 적 있지만 이는 성숙된 시장에서, 갑작스런 공급망 이슈가 벌어졌을 때 일부 물량에 국한됐다. 삼성과 LG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전 세계 TV 시장을 놓고 경쟁하다보니 협력에 소극적이었는데, 아직 초기 단계인 프리미엄 TV 시장 개척에서 양사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파격적인 협력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제휴는 세계 TV 시장 1위 삼성과 대형 OLED 1위 LG디스플레이가 손을 맞잡는 것이어서 중국에 빼앗긴 대형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우리나라가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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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글로벌 OLED TV 출하량 및 매출 비중

◇OLED 소극적이던 삼성은 왜 LG를 찾았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패널 수급 논의를 시작한 건 약 2년 전이다. 이전까지 OLED TV에 부정적이었던 삼성전자였지만 LCD를 뒤이을 차세대 대형 패널이 필요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TV용 패널을 수급했다. 그러나 LCD 시장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레드오션’이 돼 LCD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삼성은 LCD를 뒤이을 TV용 대형 디스플레이로 ‘퀀텀(QD)-OLED’를 준비했다. 단, 전 세계 처음 상용화를 추진한 기술이다보니 규모가 충분치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할 수 있는 QD-OLED 패널은 연간 150만대. 삼성전자 연간 TV 판매량이 4000만대 안팎임을 감안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150만대는 전체 삼성 TV가 아닌 하이엔드 제품에만 적용을 한다해도 ‘제품군’을 이루기에 모자랐고, 이에 LG디스플레이와 협상이 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 김기현 이사는 “하이엔드 TV 새그먼트를 만들려면 최소 300만대의 패널이 필요한 데, 삼성디스플레이만으로는 부족하니 LG디스플레이와 협력을 모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공급은 지지부진했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LCD TV 수요가 늘면서 협상은 소강상태가 됐다. 코로나 막바지에는 전쟁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TV 재고가 쌓였다.

삼성은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LCD TV 대신 고부가 프리미엄 TV가 필요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QD-OLED 탑재 TV도 시장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36만대 판매된 데 이어 올해는 11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가능성을 확인한 삼성전자는 더 이상 LG OLED 패널 구매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LG OLED 패널을 통해 프리미엄 TV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그 사이 TV 시장 침체로 LG디스플레이도 가격 협상력이 떨어져 양사가 접점을 찾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0형이상 대형 TV 시장에서 점유율 43.9%로 1위다. 게다가 기존 LCD 패널로 대형 TV 시장 공략을 지속할 경우 중국 의존을 탈피할 수 없는 만큼 OLED를 앞세워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83·77형 OLED 패널 공급 전망...韓 대형 디스플레이 부활 신호

삼성전자가 이번에 전파인증을 받은 제품은 83형이다. 83인치 OLED 패널을 생산하는 업체는 전 세계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83형 외 77형 공급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디스플레이 QD-OLED가 55형과 65형, 또 모니터용으로 집중돼 있어 삼성전자는 70인치 이상의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서 수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아직 정식 공급 계약은 맺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삼성이 제품 출시를 위한 전파인증까지 마친 점과 새로운 TV 시장 개척이 필요한 상황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양사 계약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공급 물량은 올해 50만대 이상, 내년 200만대 정도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김기현 스톤파트너스 이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150만대가 주로 모니터에 집중된 점, OLED TV 제품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패널이 300만대 정도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내년 LG디스플레이에서 200만대를 수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LG디스플레이는 실적 개선에 적잖은 도움을 받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TV용 패널은 시장 침체로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인데, 세계 최대 TV 메이커인 삼성전자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면 대대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77·83형 OLED 패널은 55·65형 대비 판매 가격이 2배 이상 높아 매출 증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 LG디스플레이가 흑자 전환할 것이란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은 무엇보다 세계 1위 TV 업체와 세계 1위 대형 OLED 업체 간 힘을 합치는 것이어서 중국에 빼앗긴 대형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되찾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은 2004년 일본을 제치고 17년간 디스플레이 세계 1위를 지켜왔지만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LCD 시장을 공략한 중국의 맹추격에 2021년 1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42.5%로 1위였고, 한국(36.9%)과 대만(18.2%) 순이었다.

삼성과 LG는 OLED로 사업 전환을 시도했으나 대형 OLED와 TV는 LG가 사실상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다보니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OLED TV를 출시하게 되면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북미와 유럽 일부 지역에 55·65형 OLED TV를 출시한 이후 꾸준히 판매지역을 넓혀왔다. 올해 들어 77형 라인업까지 선보인데 이어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세를 확산했다.

실제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OLED TV 시장 점유율은 4.8%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1.9%로 단숨에 시장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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