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벤처 투자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12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 친환경 에너지에 활용할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소부장 투자 분위기에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인투코어테크놀로지는 최근 지유투자로부터 시리즈B 투자 125억원을 유치했다. 지유투자가 처음으로 프로젝트 펀드 ‘지유소부장프로젝트일호조합’을 결성하고, 이를 인투코어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한국성장금융, IBK기업은행, 신한캐피탈, TKG벤처스 등이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인투코어는 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출자한 반도체 성장펀드 1호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투자유치는 최근 투자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이뤄져 눈길을 끈다. 2014년 설립된 인투코어는 독자 플라즈마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 플라즈마는 반응성이 좋아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약 70% 활용된다. 다만 에너지가 강하다보니 웨이퍼 등 물질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인투코어는 고주파 유도결합 플라즈마(ICP)와 고전력 제어 기술을 활용해 원거리에서 플라즈마를 발생하는 RPS(Remote Plasma Source)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차세대 원자층식각공정(ALE)에 활용된다.
인투코어는 플라즈마 가스 변환 기술로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메탄 등을 플라즈마로 화학구조를 바꿔 수소와 메탄올 등 고부가 가스로 변환하는 것이다. 다소 생소한 기술이지만 회사는 대구에서 매립지 가스를 메탄올로 전환해 공급하는 실증을 진행했다. 올해 초에는 SK그룹으로부터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소셜벤처에 선정되기도 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만큼 대기업과 협업해 친환경 항공유 합성공정, 탄소나노튜브(CNT)와 그래핀 등 신소재 개발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인투코어의 투자유치가 원천 기술을 가진 소부장 기업으로 확산될지 기대를 모은다. 올해 있었던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는 파두, 관악아날로그 등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중심이지만, 차세대 반도체 박막 소재와 부품을 연구·제조하는 반암도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인투코어는 하반기 대기업 전략적투자자(SI)를 중심으로 시리즈C 투자유치도 진행할 예정이다.
엄세훈 인투코어테크놀로지 대표는 “탄소중립 분야에서 독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