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사료(史料) 사이 줄타기, 콘텐츠 속 역사

역사물은 콘텐츠 홍수 속 스테디셀링 장르이자, 극적 소재다. 폭넓은 해석의 자유로 풍성한 극적 감동을 주는 덕분이다. 대중 사이에서는 역사콘텐츠를 자유도를 감안한 팩션으로 즐기는 것과 동시에, 다각적 시각의 사료(史料)로 날카롭게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한 견해에 제작사들 또한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엔터테인&에서는 팩션과 사료로서의 두 시선을 지닌 역사 기반 콘텐츠의 현재와 시사점들을 살펴본다.

◇‘풍성한 현실감의 서사’ 팩션관점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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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선비열애사, 조선변호사 - 사진=SBS, MBC 제공

팩션(fact+fiction) 역사 콘텐츠는 케이블·OTT 등 짧은 호흡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우선 신예은-려운-강훈-정건주 등이 출연한 ‘꽃선비 열애사’, 우도환-김지연-차학연 주연의 ‘조선변호사’ 등 최근 종영작을 비롯해 ‘구르미 그린 달빛’, ‘꽃피면 달 생각하고’ 등 로맨스 톤의 퓨전사극류가 대표적인 팩션이다.

궁중부터 관아, 민간까지 조선시대 분위기를 차용하면서도, 조선 중기 이후로는 찾기 어려운 여성캐릭터들의 적극적인 행동이나 로맨스 분위기 등에서는 현대적인 감성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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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킹덤 시즌2 - 사진=넷플릭스 제공

또한 넷플릭스 ‘킹덤’이나 최근 tvN 인기작 ‘구미호뎐 1938’을 비롯해 tvN ‘계룡선녀전’ 등은 현대까지 이어지는 민간설화나 판타지를 바탕으로 역사 고증을 덧대 한국 고유의 판타지 역사물로 제작됐다.

이들 팩션 역사 콘텐츠는 현대적인 좀비나 설화 속 구미호, 선녀 등의 요소를 역사적인 관점과 함께 한 번 더 비틀어 스릴러-로맨스-코믹 등의 입체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와함께 실록이나 구전 등의 일부를 모티브로 두면서, 역사적인 사실은 물론 과거 고정관념이나 사고방식에 새로운 해석과 현실공감대를 더하며 새로운 흥미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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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구미호뎐1938 - 사진=tvN 제공

◇‘다각적 역사관’ 사료관점의 역사 콘텐츠

사료 관점의 역사 콘텐츠는 지상파 주도의 대하사극이나 영화 등에서 주로 비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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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한산 - 사진=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순신의 주요 승전을 다룬 ‘명량(2014)’, ‘한산:용의출현(2022)’이나 병자호란 배경의 ‘남한산성(2017)’, 친일파 암살 작전을 다룬 ‘암살(2015)’, 관동 조선인학살 잔혹성을 일깨운 ‘박열(2017년)’, 5.18민주화운동 테마의 ‘택시운전사(2017)’, 한국전쟁 이후 서민을 다룬 ‘국제시장’(2015년) 등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최상위를 장식하는 역사 콘텐츠는 대부분 사료 관점의 폭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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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종이방원 - 사진=KBS 제공

또 2021~2022년 태종이방원, 2015년 징비록 등 지상파 대하사극 또한 대표적인 사료적 역사콘텐츠로 꼽힌다. 이들 콘텐츠는 완벽한 기승전결과 함께 풍성한 사료들을 담고 있다. 일례로 ‘명량’, ‘한산’ 등은 국내 사료 속 이순신의 묘사와 함께, 왜군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후손 등 일본 측 기록을 토대로 착장이나 정서들을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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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징비록 중 한 장면 - 사진=KBS 제공

긴 호흡만큼 몰입감을 위한 여러 요소들을 보다 신중히 고르는 대작 특성에 맞게, 대본부터 제작 단계까지 상당히 긴 기간의 고증을 하는 것은 물론 모티브가 된 기록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관점의 자료들을 덧대 폭넓은 시각을 수용한다는 점에서도 사료적 가치를 느끼게 한다.

◇“역사 콘텐츠, 제작사·시청자 모두 ‘팩션 속 다양한 팩트 분석수용’ 필요”

극적인 역사 콘텐츠는 말 그대로 ‘팩션’이다. 다만 큰 범위 내에서 픽션을 가하는 퓨전사극과 기록되지 않는 미세한 부분을 상상으로 채우며 역사의 틀을 완성하는 대하사극의 범주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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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스터션샤인 중 한 장면 - 사진=tvN 캡처

제작기간이나 비용, 주요 시청 타깃, 트렌드 등을 고려한 호흡 속에서 역사 콘텐츠는 콘텐츠 자체는 물론 현실적인 설득력과 공감을 위한 극적 요소들로 거듭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제작사들의 고증과 표현 딜레마와 함께, 시청자의 역사적 견해다. 실제 역사 콘텐츠나 시청자들 다수는 국내기록을 중심으로 한 고증에 집중, 이외의 것에는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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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구미호뎐1938 한 장면 - 사진=tvN 제공

일각에서는 이러한 단편성을 깨야 바로 즐길 수 있는 역사 콘텐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이상 극적요소와 역사의 구분, 다양한 역사 시각들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가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는 시점에서, 역사물들 또한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함께, 제작진의 올바른 역사 인식과 방송사·플랫폼의 공정성 검증, 시청자들의 다각적인 비판시선 등이 조화돼야 바른 방향의 역사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는 “사극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됐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사극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콘텐츠 제작진은 역사를 알아야 한다. 한국사뿐만 아니라 동양사, 서양사까지 익혀야 한다. 단순히 한국사만 알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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